[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5명 등 정무직 인사를 발표했고 이 중에서 86일째 일하고 있는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을 지명해 NST 이사장의 공백을 또다시 발생시키고 있다.
이번 개각은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회복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022년 5월 9일 종료되는 남은 임기 동안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조치이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번 개각 발표를 진행했으며 국무총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발표 과정에서 유 비서실장은 “이번 개각은 일선에서 직접 정책을 추진해 오던 전문가들을 각 부처 장관으로 기용함으로써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동력을 새롭게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단행하였다”고 강조했다.
이 개각의 후보자를 보면 국무총리 후보자는 김부겸 前행정안전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임혜숙 現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국무조정실 문승욱 現국무2차장,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안경덕 現상임위원,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노형욱 前국무조정실장,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해양수산부 박준영 現차관 등이다.
이번 개각의 특성은 정치적 고려 대상인 국무총리 이외에는 각 분야에서 현장 경험이 있는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것이 특성이며 특히 이번 개각에서 여성으로 처음 과기정통부 장관의 후보자가 나왔다.
그 대상이 바로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다.
일반적으로 장관 등 정무직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명분이 중요하다.
실례로 문 정부는 조국 前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이라는 문 정부의 가장 큰 과제를 추진하는 데 적임자로 내세웠다.
그동안 과기정통부 장관의 임명을 보면 초대 장관으로는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있는 유영민 비서실장이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영입한 11번째 인물이다.
그 당시 문재인 대표는 “저는 유영민 사장을 ‘상상, 현실이 되다’라는 책을 통해서 만났습니다. 우리의 정치와 정책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영입의 배경을 말했다.
이후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그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취임해 지난 2019년 9월까지 일했다.
그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장관 지명과 관련해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출발해 ICT분야의 풍부한 현장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연구소장, 전문경영인을 거치면서 쌓아온 융합적 리더십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9년 9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인 최기영 교수를 2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최 교수의 임명은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와 연관이 있다.
그 당시 일본 수출 업체들이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일반 포괄 허가(3년 단위 1번 허가)’를 받으면 수월하게 수출할 수 있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로 수출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관련 업계 등은 1,000여개 품목이 수출 규제 대상이 되고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큰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급하게 최 교수를 임명했고 그 당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최기영 장관 후보자는 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서 반도체 분야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으며 현재도 AI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연구·산업 발전의 산증인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주도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합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의 과기정통부 장관 발탁도 명분이 중요하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임 후보자는 초고속통신망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실적을 쌓아 온 공학자입니다. 여성 최초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여성 공학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라며 “연구 현장의 경험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거치며 그동안 쌓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R&D, 디지털 뉴딜 추진 등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고 설명했다.
유 비서실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초고속통신망 분야의 전문가이며 여성 최초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역임했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기간 동안의 쌓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R&D, 디지털 뉴딜 추진 등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제3차 과학기술정책을 이끌어 가는데 여성 최초로 대한전자공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의 경력 등이 뒷받침을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3차례 바뀌었다.
이를 보면 문 정부 초기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과학기술 정책을 육성하려고 했고 지난 2019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와 더불어 반도체 제조 등에 문제가 발생해 일본으로부터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자립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내세웠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라는 국제적이며 국가적 위기에 맞이해 국가경제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뉴딜 정책을 본떠서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해 임 이사장의 경력 등을 비교해 살펴보면 이번 지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먼저 임 이사장의 경력을 보면 이화여자대학교 전자전기공학전공 교수이며 임 교수의 활동사항은 이화여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화여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임혜숙 교수는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1996년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학의 전자컴퓨터(ECE) 공학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1996년 11월부터 2000년 7월까지 미국 뉴저지주 머레이힐에 위치한 벨랩에서 책임연구원(Member of Technical Staff)로 근무하며 통신용 칩 설계와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또 2000년 7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 소재의 시스코 시스템즈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인터넷 라우터에 들어가는 패킷 전달 엔진 칩 설계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2002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자공학과 학과장, 공과대학 교학부장, 이화여자대학교 교무처 부처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임 교수의 주요 연구분야는 IP 주소 검색과 패킷 분류와 같은 인터넷 라우터에서의 패킷 전달, 컨텐츠 중심 네트워크에서의 패킷 전달, 이미지 데이터 마이닝 등이다.
이러한 임 교수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으로 지명되는 과정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해 10월 22일 원광연 이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같은 해 11월 26일 이사장 후보자 3배수가 추천했지만 내부 과정에서 있어서 문제가 많아 이사장을 지명하지 못하다가 지난 1월 19일 지명했고 임 교수는 이사장으로 1월 21일 취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명을 두고 유영민 과기정통부 前장관이 비서실장(2020년 12월 31일)으로 취임한 이후 벌어진 상황이라서 유 비서실장의 작품이라는 뒷말이 있고 이와 유사한 사례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선거과정 중 이광형 총장이 된 사례도 언급되는 등 세종, 대전 등 과학기술계 분야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
그 당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후보자 3배수는 이병권 책임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재성 교수(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임혜숙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전자전기공학전공)였다.
임혜수 교수 등 NST 이사장 후보자의 경력을 비교해 보면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임 교수가 선정된 것에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은 그렇지 않다.
특히 지명일 기준으로 86일 일한 이사장이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과기정통부의 현안을 이해하고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는가 여부와 또다시 이사장 공백이 생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문제와 더불어 내부적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임 이사장이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이며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출연(연) 발전방향에 관한 정책기획 및 연구기획, 출연(연) 기능 조정 및 정비, 출연(연) 연구실적 및 경영내용 평가, 출연(연) 간 협동연구 지원, 출연(연) 연구성과 제고 및 성과확산 지원, 국가과학기술분야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제안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소관 기관에는 총 25개 기관이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녹색기술센터(GTC),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한국천문연구원(KASI),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한국철도기술연구원(KRRI),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한국식품연구원(KFRI), 부설 세계김치연구소(WIKIM),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한국기계연구원(KIMM),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전기연구원(KERI), 한국화학연구원(KRICT),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KIT),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재료연구원(KIMS),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 등이 있다.
86일 동안 일한 임혜숙 이사장의 활동과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연구회 직원과 정기적으로 점심 시간을 통해 얘기를 나눴고 소관 기관 18개 기관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사장으로서 오는 26일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경영계획과 관련해 현재 상황을 비교해 보면 연구회 내부적으로 조직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사업을 조절하고 대외적으로는 2019년 11월 18일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을 수립하고 있는 세계김치연구소장의 공백 문제 등을 반영했을 것으로 본다.
현재 김치세계연구소는 지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구개발본부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으며 임 이사장은 지난 2월 19일 이 연구소를 방문해 기관장 공석 등 주요현안을 보고 받았다.
또 최근에 발생한 한국기계연구원의 6년간 67억 특허비 횡령,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발생한 1억 6천 상당의 연구실 화재 사건 등도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했을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모아지는 결론은 여성 최초 과기정통부 장관이다.
이 역사를 만들기 위해 86일 동안 일한 임혜숙 이사장을 등용했는데 이 등용은 안정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개각에 대한 여러 평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을 여성으로 한 것은 충청남도지사, 서울특별시장, 부산광역시장 등 지자체장의 성폭력 사건을 희석시키고 앞으로 있을 차기 대선(2022년 3월 9일)에 대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임혜숙 이사장과 현재 일하고 있는 여성 기관장과 비교해 보면 ‘무리수’라는 비판도 있다.
실례로 현재 제6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제15대 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문미옥 전)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이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부 연구개발(R&D) 분야 예산 중 20% 이상을 사용하는 국내 최대 연구지원 전문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소관 기관으로 과학기술활동 및 과학기술부문과 관련된 경제사회의 제반문제를 연구분석하고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경력 중 노정혜 이사장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위원회 위원, 한국연구재단 정책자문위원 등의 경력을 통해 임명이 됐고 지난 2018년 7월에 취임해 임기를 거의 마치고 있다.
특히 노 이사장은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등의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전담 관리해 왔다.
한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문미옥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던 시절에 영입됐다.
문 원장의 인재 영입에 관련해 문 대표는 “문미옥 박사는 포항공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이자, 과학정책분야를 두루 거친 연구자면서 정책전문가다”라며 “과학정책 중에서도 특별히 과학기술 인재육성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이후 여러 정치과정을 거치는데 국회의원으로서 약 1년의 의정활동을 한 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2017년 6월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됐고 2018년 12월 과기부 1차관으로 이동해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실세 차관’으로 불렸다.
이에 임혜숙 이사장의 경력과 노정혜 이사장, 문미옥 원장의 경력을 비교하면 이번 인사가 현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입장에서 보면 이사장 공백의 악순환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1대 이상천 이사장에 이어 제2대 원광연 이사장이 취임하기 까지 75일의 공백이 생겼고 원 이사장에 이어 제3대 임혜숙 이사장 취임까지 90일이 공백이 생겼다.
이번 임혜숙 이사장이 향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과기정통부 장관이 될 경우 NST 이사장의 공백은 언제 해결될지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 연구기관지원팀을 통해 향후 이사장 추천위원회 구성과 이사장 공모 절차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다.
결국 이번 과기정통부 장관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인사는 공공기관 운영 차원에서 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경우 기관장인 이사장이 없어도 운영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임혜숙 교수 본인의 평가 차원에서 보면 자의든 타의든 사명감이 없이 86일 동안 일한 이사장의 직책을 저버리고 본인의 명예를 위해 장관으로 취임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