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제천=김진기자] 훤한 대낮에 20층도 아니고 2층에서만 무려 20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모두 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 원인이 실화로 좁혀졌다.
화재 원인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대참사도 또다시 인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연히 구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변을 당했다.
이번 대형 참사의 원인을 1층 주차장 배관 열선 설치 작업 과정의 발화로 추정하고 있는 이유다. 세워둔 차량 15대가 불에 타면서 시커먼 연기가 건물밖으로 피어오르고, 채 2분도 되지 않아 거센 화염이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른다. 29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친 평일 오후의 참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5명과 경찰 화재 감식 전문요원 9명 등 모두 25명의 감식반은 5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조사를 마친 국과수 관계자는 "1층을 중심으로 천장에서 발화될 만한 것을 관측했다"며 "천장을 중점으로 CCTV 8점과 차량 블랙박스 4점을 수거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깨진 유리 사이로 20명이 숨진채 발견된 목욕탕이 눈에 들어온다. 유족들이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 부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 사태 수습이 적절한 지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소방당국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입장이지만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에 분노하는 유족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화재 발생과 제천소방서 출동 초기 상황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해 보면 이렇다.
21일 오후 3시 53분 상황을 접수한 제천소방서는 4시께 현장에 도착했고, 20분 뒤 연기 흡입자 3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4시 30분께 중앙119구조본부 등의 헬기 3대가 출동했고, 4시 37분께 제천소방서는 연기 흡입자 1명을 추가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4분 뒤인 4시 41분에는 3층에서 제천소방서가 설치한 매트리스로 뛰어내렸다. 이런 상황을 평면적으로만 보면 소방당국이 출동해 1시간 동안 연기 흡입자 4명만 구조한 셈이다. 이후 5시 17분께 2층에서 사망자 1명이 처음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시차를 두고 건물 내에서 모두 29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애태웠을 아비규환의 순간은 뒤로하고 가지런히 놓인 목욕의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3층 남성 사우나와 4,5,6층의 헬스장 내부도 비교적 온전한 모습이다.
꼭대기층 레스토랑은 앙상한 구조물만 남았다. 29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친 참사의 현장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남았다.희생자 29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는 23일 제천체육관에 설치된다. 이미 화재 현장과 시청 로비, 시민 회관 광장에는 추모 장소가 마련돼 운영되고 있다. 한편 해당 건물은 사망자에게 1억 원, 부상자에게 2천만 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화재보험에도 가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