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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LG 구광모 호, 앞으로 전망은?..
경제

'선택과 집중' LG 구광모 호, 앞으로 전망은?

이동근 기자 edgeblue@hanmail.net 입력 2021/05/24 08:38 수정 2021.05.24 08:41
영업이익 87% ↑ '어닝 서프라이즈' … 구광모 회장 취임 3년만에 달라진 LG
비핵심 사업 정리 하고 전장 사업 등 핵심에 주력 … SK와 합의 등 달라진 모습 보일까
지난해 초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회장/ⓒLG
지난해 2월,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출시 예정 제품들의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회장/ⓒLG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LG 그룹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진행해 온 체질개선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LG는 14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2조 1805억 원을, 영업이익은 87% 늘어난 1조 8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조 574억 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이같은 성과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자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일제히 증가한 데 기인한다. LG전자는 생활가전 판매 호조로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었고,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증했다.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 보수적이고 느렸던 LG의 의사결정 구조와 기업문화를 신속하게 탈바꿈한 노력의 성과가 이번에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강조한 '선택과 집중'이 성과를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 회장은 당시 만 40세라는 젊은 나이로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보수적인 LG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굉장히 공격적인 경영 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2019년 9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여한 구광모 회장/ⓒLG
2019년 9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여한 구광모 회장/ⓒLG

적극적인 사업 재편 및 M&A … 안되는 사업은 정리

LG는 구 회장 취임 후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비하고 주력사업에 힘쓰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사업의 강화를 위한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3일 발표된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 공식 출범도 이같은 사업 재편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LX홀딩스에는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이 넘어간다. 표면상 LG그룹의 뿌리 깊은 장자 승계 원칙과 맞물려 삼촌 구본준 회장이 독립하는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기존의 무거운 조직을 가볍게 만들어 시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 개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존속 지주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배터리,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전장, 로봇 등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신설 지주회사 LX홀딩스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집중을 위한 사업 고도화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차량용 전장 분야가 특히 부각된다. 취임한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약 1조 4400억 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힘을 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3위의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인터내셔널과 5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출범하기로 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의 지분 50% 이상을 약 8000만 달러(약 900억 원)에 사들였다.

구광모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 LG그룹은 M&A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기업집단이었다. 실제로 구 회장 취임 전에는 조 단위에 이르는 대형 M&A는 없었다. 이같은 LG그룹이 차량용 전장 분야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모습은 이례적이다.

반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분야는 확실하게 버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6년 간 5조 원에 이르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정리 이전에도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연료전지, 수처리,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전자결제사업 등을 청산 또는 매각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앞으로 LG가 무조건 '안풀리는' 사업을 정리하기 보다는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 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은 추후 다른 사업을 할 때에도 '나중에 사업이 안풀리면 접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2018년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회장/ⓒLG
2018년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 소재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회장/ⓒLG

'4월 협상' 이후 '실리' 챙기는 모습 더해지나

하지만 이같은 LG의 '강한' 경영 방식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바로 '4월 협상' 이후부터다. 또 다른 변화 기조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합의'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가 하면, LX라는 사명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한국국토정보공사와도 사명을 공동 사용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와도 '합의'로 끝맺음을 맺었다.

이 합의들은 모두 4월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의 2인자 권영수 LG 부회장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기도 했지만, LG가 구 회장 취임 이후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LG그룹의 창업 정신인 '인화'를 벗어내고 '공격적 DNA'를 보여주었던 LG의 행보가 4월 한 달 동안 이뤄진 '합의'로 인해 다시금 '인화' 정신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물론 4월 합의들이 사실상 어쩔 수 없는 행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는 자국 내 정치·사회적 문제들과 맞물려 있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국토정보공사와의 갈등은 준정부 기관과의 대립이, 청소노동자들과는 국회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LG가 '실익'을 챙기기 위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ITC(국제 무역 위원회) 소송 분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태인데다, 직전까지만 해도 "합의는 없다"며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어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이제부터는 이전과 같은 '강한' 모습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실익을 챙기는, 즉 '나아갈 때는 나아가고, 물러설 때는 물러설 줄 아는' LG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와 LG의 합의 이후 양사는 모두 득을 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며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 이후 미국에 배터리 공장 증축 계획을 밝히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들어갔는데, 배터리 분쟁을 포함한 여러 이슈에서 불확실성을 잠재우면서 사업 본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LG가 앞으로도 이전처럼 '인화'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돌아가 약해진 모습을 보일지, 아미면 '선택과 집중' 뿐 아니라 '실익'을 택하는 모습까지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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