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박정익기자]정부가 6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심의,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재가하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이날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안에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수정한 것이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성' 및 조사권에 관련한 사안은 반영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먼저 논란이 되는 내용은 '기획조정실'의 명칭을 '행정지원실'로 바꾸고 기조실의 '조정' 역할에 대한 수정은 거부한 것이다. 특조위는 기조실이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특검, 청문회 등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기조실의 역할을 '행정지원'으로 한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한 해양수산부 차관이 맡도록 했던 기획조정실장은 국무조정실,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의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변경했다.
조사업무의 핵심인 참사원인조사, 특검요청, 청문회 등을 수행하는 조사1과장직은 그대로 파견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조사1과장을 지휘하는 진상규명국장은 민간이 맡도록 했다며 조사1과장은 수사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검찰수사서기관이 맡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소위원장이 진상규명국, 안전사회국 등 각 국을 지휘하도록 하는 것도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특조위원장이 임명하는 소위원장이 각국을 지휘해야 위원장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지휘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소위원회가 소관 국을 직접 지휘 감독하는 것은 정부조직 원리에 맞지 않는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이러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강행 처리에 정치권 역시 의견이 엇갈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 조사, 이제는 착수해야'라며 "시행형 수정안은 특별조사위와 유가족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내용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다만 기존안을 일부 유지한 것은 조사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 정부 조직의 기본적인 운용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이제는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을 접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해야하고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 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하고 시행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이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별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시행령을 의결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관련 공무원들이 지휘·감독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다"며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공무원에게 칼자루를 쥐어주고, 어떻게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자마자 막가파식으로 몰아붙이는 모진 정치가 만들어낸 시행령은 박근혜 정부 불통의 상징이자, 진실을 덮는 수단이다"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늘 문재인 대표 주재로 당내 세월호 특위와 관련 상임위 연석회의를 소집해서 상임위의 시정조치요구권 행사를 포함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모든 국민들 사이에서 또 다른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며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으론 또 다른 참사를 막지 못한다. 즉각 철회하라"며 비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대통령께서도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기까지 했으나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부정부패세력의 유가족과 국민들을 분열시키려는 무수한 시도 속에 가만히 있으라던 지시는 이제 가만히 잊으라는 지시로 변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름만 살짝 바꿨을 뿐 여전히 조사 받아야할 공무원들에게 조사특위 전반을 맡기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참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조사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정부 조사 결과'만 검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조사대상인 공무원이 업무를 총괄하고, 조사 또한 정부 조사 결과만 검토하는 것이라면 진도 앞바다에 진실 한조각도 건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원내대변인은 "지난 4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을 원만하게 해결하라'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며 "정부는 대통령의 약속을 거짓으로 만들어서도, 국민의 요구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월호특별법시행령 수정안을 즉각 철회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특별법을 잡아먹은 시행령', '진상규명이 아니라 진상규명 방해 시행령'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수정없는 수정안을 수정없이 통과시킨 것으로, 물대포와 최루탄, 근혜차벽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정부가 이제는 가족과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으로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여야가 합의한 연기요청마저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통령도 없고, 총리도 없는 가운데, 부총리 주재 회의에서 강행 통과시킨 것은 세월호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안하무인, 무책임을 보는 것 같아 분노스럽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나부터 조사하라’고 나와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이 무서워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1년이 넘는 기간 국민들의 눈물과 반성, 그리고 분노를 철저히 배반한 것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재가를 거부하는 결단을 하길 바란다"며 "정의당은 올바른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위해 국회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가족,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시행령안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사실상 아무 것도 없고 유가족의 뜻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약속을 또 다시 어겼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통과된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이 지적해온 핵심 중 하나는, 세월호참사 책임과 관련해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해수부와 안전처가 특별조사위원회에 소속 공무원을 파견하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파견 공무원 수를 조금 줄인 것에 불과한 수정안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자 조삼모사일 뿐이다. 국민과 유가족을 바보로 여기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부여한 권능으로 국회가 어렵사리 마련한 특별법을 행정부가 함부로 훼손하는 무원칙한 일탈이야말로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참사를 낳게 한 우리사회의 구조적 원인이자 문제임을 박근혜 대통령은 자각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