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정원석 교수와 박정주 박사과정 연구팀이 억제성 시냅스가 미세아교세포에 의해 제거되는 분자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미세아교세포(microgila)는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일종이다.
특히 뇌와 척추 전역에 분포돼 있으며 정상적인 뇌 기능을 수행하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정원석 교수팀의 이전 연구에서는 비신경세포인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신경세포의 불필요한 시냅스를 잡아먹어 제거할 수 있음을 밝혀졌으나 이 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특정 시냅스를 표지해 교세포들로 하여금 제거하도록 유도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냅스(synapse)는 뉴런(신경세포) 간 또는 뉴런과 다른 세포 사이의 접합 관계나 접합 부위이며 뉴런이 모여 있는 곳으로 뇌와 척수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전 연구의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세아교세포가 포식 수용체를 통해 억제성 시냅스만을 선택적으로 먹는 기전으로 쓰일 수 있음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포스파티딜세린(phosphatidylserine)이라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인지질 중의 하나가 죽어가는 세포 표면에 선택적으로 표지돼 면역세포에 의해 세포를 잡아먹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는 죽어가는 세포가 제거되는 분자 기전이 시냅스만이 선택적으로 제거되는 현상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후 이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포스파티딜세린을 신경세포 표면에 인위적으로 노출한 후 특정 시냅스가 교세포에 의해 잡아먹힐 수 있는지 연구했다.
이어 포스파티딜세린을 항상 세포 표면으로부터 안으로 지속적으로 불러들여 정상 세포막에서 이들을 노출되지 않도록 막고 있는 플립파아제(Flippase)라는 단백질의 기능을 신경세포에서만 억제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을 제작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신경세포의 세포체 주변의 표면에서만 선택적으로 포스파티딜세린이 표지됨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세포막이나 흥분성 시냅스의 손상 없이 억제성 시냅스만이 선택적으로 감소함을 발견했다.
또 해당 모델은 청각을 담당하는 뇌 지역에서 흥분-억제 균형이 깨져서 소리로 인해 촉발되는 특이한 발작 증세를 일으킴을 확인했다.
이로써 흥분성 및 억제성 시냅스가 서로 다른 기전을 통해 미세아교세포에 의해 제거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제시했고 미세아교세포에 의한 과도한 억제성 시냅스 제거 기전이 뇌 신경세포의 흥분-억제 불균형 발생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억제성 시냅스 수 변화는 발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치매 등과 같은 다양한 뇌 질환의 유병률과 연관성이 높다”며 “뇌에서의 흥분-억제 균형이 깨져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 신경질환에서 미세아교세포가 억제성 시냅스를 먹는 현상을 조절하는 것이 이들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정주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는 국제학술지 엠보저널(EMBO Journal)에 5월 20일 공개됐다.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