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 김정현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은 21일 "개헌으로 대한민국 정치혁신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회담회에서 "사회는 격변하는 데 정치는 움직이질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우리는 격동하는 세계질서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다음 세대에 평화롭고 활기찬 한반도를 물려줘야 한다"며 "그 디딤돌을 놓는 책무가 우리 국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통합으로 가는 큰길을 열어야 한다"며 "양극화와 갈등을 구조적으로 풀지 않고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정치권이 앞장서 세대 간, 계층관 대타협의 기틀을 마련하자"며 "정치 시스템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이젠 담대하게 개헌에 나설 때"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통합과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 헌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권력의 집중이 우리 사회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다. 권력을 나눠야 한다. 나누면 더 커지는 정치로 가야 한다"며 "권력 분산으로 국민통합의 물꼬를 트자. 권력의 분산은 타협과 협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 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갈등으로 낭비되는 국력을 미래 번영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려면 현실에 맞는 새 시대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며 "사회적 기본권, 지방분권, 기후변화 대응 등이 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우리는 1987년 개정된 헌법을 통해 비로소 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했고 세 차례의 수평적 정권교체도 이뤘지만 타협과 협치는 기대에 턱없이 부족했습다"며 "현행 헌법은 국민소득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던 산업화 시절에 개정된 것으로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진입한 오늘의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민주화 이후 34년이 지났음에도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풀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개헌의 문을 여는 것은 정치권의 소명"이라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가 그룹과 대다수 국민들이 개헌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유력 정치인들도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 역시 18대 국회 이후 1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으나 대선정국이 다가오면 개헌 논의는 사그라들었다"며 "이번에는 안된다. 결단해야 한다"고 거듭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이번에 결단하지 못하면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의 낡고 낡은 헌법을 40년 이상 끌고 가는 셈"이라며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각 정당들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마침 여야 지도부가 동시에 재편됐다. 각 당은 개헌의 절박성을 다시금 인식해 공론화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여야가 합의만 하면 내년 상반기 정치 일정을 활용해 얼마든지 개헌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을 지원과 관련해서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웃돌 전망이지만 체감경기는 그리 따뜻하지 않다. 청년들은 실망과 좌절에 빠져 있다"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호소에 답해야 한다. 그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차원의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회 각 상임위원회부터 청년지원 대책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저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원스톱 민생지원 체제를 갖추는 (가칭)국회 고로나극복경제특별위원를 구성하자고 여야에 제의했다"며 "여야는 지난해 말 합의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출범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관련해서는 "국회와 정부 세종청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도 이제 결론을 내자. 지난 4월말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6월까지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던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밝혔다.
그는 여야협치와 관련해서는 "지금의 정치상황은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로 보면 많이 미흡할 것"이라며 "여당은 협치에 부족했고 야당은 종종 벼랑 끝 협을 했다. 여당의 포용력, 야당의 초당적 협력, 모두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야는 공석인 국회 부의장 문제를 포함해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도 하루 빨리 마무리해 달라"며 "여야 지도부가 바뀌었다. 새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박 의장은 국회에서 마련중인 국가중장기아젠더와 관련해서는 "세상의 변화가 놀랍다. 미중갈등은 세계 경제와 안보의 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세계의 뜨거운 과제가 됐다"며 "이 파고를 지혜롭게 넘기면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의장 직속기구인 국회 국민통합위원회와 국가중장기아젠더위원회를 운영중"이라며 "5년 임기의 정부가 다루기 힘든 중장기 과제도 심도 있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