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팀이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억은 뇌의 여러 영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으며 특이적인 뉴런들과 시냅스들에 인코딩된다.
이 과정에서 뉴런들과 시냅스들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 기억이 저장되며 추후 기억의 회상 과정 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기억 엔그램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기억 엔그램의 형성 과정은 학습 시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고 학습 시점에 CREB 단백질을 많이 발현하고 있거나 세포의 흥분성이 증가된 뉴런이 주면의 그렇지 않은 뉴런들에 비해 기억 엔그램에 잘 참여한다는 것이 밝혀져 왔다.
특히 캐나다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올딩 헤브(Donald O. Hebb)는 ‘행동의 조직화(The Organization of Behavior)’ (1949)에서 두 뉴런이 시간상으로 동시에 활성화되면 이 두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의 개념을 제시했고 이후 실험을 통해 학습으로 특정 시냅스에서 실제로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가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시냅스 가소성과 기억 엔그램이 형성되는 과정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보고된 사례가 없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광유전학적 기술을 이용해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하면서 기억 엔그램 형성의 변화 양상을 관찰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생쥐 뇌 편도체(amygdala) 부위에서 자연적인 학습 조건에서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서 특정 패턴으로 자극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그 시냅스 연결을 강하게 만들거나 혹은 약하게 조작하고 이때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달라지는지 연구팀은 조사했다.
먼저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기 전에 이 시냅스를 미리 자극해서 LTP가 일어나게 했을 때 원래는 기억과 상관없었던 이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LTP가 일어난 뉴런이 주변 다른 뉴런에 비해 매우 높은 확률로 선택적으로 기억 인코딩에 참여함을 발견했다.
또 학습하고 난 바로 직후에 이 시냅스를 다시 광유전학 기술로 인위적으로 자극해서 이 시냅스 연결을 약하게 했을 때 더는 이 시냅스와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지 않는 결과를 얻었다.
이후 정상적으로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바로 직후에 LTP 자극을 통해 이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놀랍게도 LTP를 조작해준 이 시냅스에 공포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들에 비해 LTP를 발생시킨 이 뉴런에 선택적으로 인코딩됨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시냅스 강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때 기억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변경됨을 증명했다.
한진희 교수는 “LTP에 의해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과 연관된 특이적인 세포 집합체(cell assembly)가 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의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임을 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정이레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오픈 액세스(Open-access)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24일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