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랩은 역사 연구가 우재훈이 동북아 역사의 뜨거운 감자인 발해의 역사를 당시 발해인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재해석한 ‘발해제국연대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고구려 멸망 이후 고구려를 계승하여 대조영이 건국한 발해가 거란의 침입을 받아 멸망하기까지 200여년의 생존 노력과 그 이후 이어진 부흥 운동까지 연대기 순으로 망라한 역사서다.
발해는 698년부터 926년까지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 등 광대한 영토에 걸쳐 존속하면서 신라(남국)와 발해(북국)가 공존한 남북국 시대를 열었다.
이 책은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쓰인 발해사나 객관성이 결여된 야사 중심의 발해사와 달리 발해인의 시각에서 발해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대중적 역사서를 추구한 점이 특징이다.
발해는 고구려가 멸망했던 668년으로부터 30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쳐 698년 개국한 나라였다. 발해의 건국 주체는 고구려 유민들과 말갈인들로, 이들이 고구려 재건이라는 기치를 들고 한 우산 아래에서 연합하여 만든 나라가 바로 발해였다.
저자가 주목한 점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인이라는 다소 이질적인 두 집단이 어떻게 발해라는 한 나라 안에서 서로 융합하여 발해인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생존’이었다. 당시 초강대국인 당나라와 돌궐, 해, 흑수말갈 등의 유목민족, 당이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데 충실한 도우미 역할을 한 신라 등이 사방을 둘러싼 상황에서 발해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상호 협력하였고, 최종적으로는 각자의 출신을 버리고 하나가 되는 길을 택했다. 이렇게 발해인들은 분열의 시대에 통합의 길을 찾았다. 228년 후 멸망할 때까지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다름보다 하나 됨을 추구했던 그들의 정체성은 발해가 패망한 후에도 줄곧 이어져서 발해 유민 사이에서 200여년간 지속됐고, 몇 차례의 부흥 운동을 통해 발현되었다.
이에 저자는 발해를 통합한 리더십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발해인들이 조국을 잃은 악조건에서도 200여년의 세월을 견디게 해주었던 자신감과 정체성의 근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도 지역과 사상과 출신, 빈부 격차로 갈기갈기 쪼개져 아귀다툼을 벌이는 게 우리의 현실임을 볼 때 서로 다른 민족이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공통의 정체성을 이룩해낸 발해의 성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