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제천=김진 기자]21일 오후 3시 53분. 얼마 지나지 않아 제천 전역에서 시커먼 연기를 목격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화마가 우리 앞에 드러났다.
순간 가슴은 보통 화재가 아니란 걸 직감한 듯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화재현장은 하소동 노블 휘트니스, 건물이었고 순간 스치듯 관련된 지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천은 이렇게 서로 건너면 아는 사람 천지인 그런 동네다.
벌써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걱정이 늘었다. 5시 5분 현장보다 상황을 통제할 소방서에 취재를 시도했다. 화재 발생 1시간 이상 지난 상황에서 통화내용은 이렇다.
기자▶ “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하소동 화재현장 현황은 나왔나요?”, 소방서▶“ 정확한 상황은 안 나왔어요”, 기자▶“ 혹시 사망자나 갇힌 사람 있나요?” 소방서▶“아, 그런 건 없어요 사망자가 있데요 누가?” 기자▶“사망자 나왔다고 다른 언론에서…” 소방서▶“ 언론에서 누가 그랬지? 저희들은 지금 경상환자 서울병원이랑 명지병원에 이송한 것 밖에 없는데” 기자▶“옥상에 갇힌 사람이 있다던데?” 소방서▶“ 아 옥상은 다 대피를 시키고 있어요” 기자▶“ 한 가지만 더요 경상자는 총 몇 명인가요?” 소방서▶ “지금 현재 들어온 거는 총 10명이요”
29명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제천시민 누군들 안 그랬을까. 도시전체가 상갓집이 된 느낌이었다. 유가족 대책위, 상주, 그리고 슬픔까지 무엇 하나 무겁지 않는 것이 없고 실로 감당하기 버거운 일 같았다.
수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짚어 보아야 할 것은 이번 사건이 건물주, 제천시, 소방서, 공동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참사란 점이다.
소방서는 지금까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소방관도 사람이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의 크기는 한정적이다. 이번 화재의 규모에 비해 제천소방 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소방관의 목숨까지 위협할 구조를 시민들은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천시는 큰 상주노릇만 하는 모양새다. 사망자가 몰린 2층 목욕탕 비상구는 목욕용품으로 막혀 있었고 8,9층 위법건축물도 단속하지 않은 것과 다중이용시설인 목욕탕, 헬스장등의 시설 및 안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분명 있다. 시설 신고 및 허가만 득하면 그 다음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나 몰라라 하는 행태가 이번 대형 참사의 한 원인이 아닐까?
지역구 의원이란 사람은 화재현장에 가서 특권의식만 드러내는 추태를 보이면서 전 국민 망신살을 드러냈다. 자신이 조사한다며 들어간 화재현장에서 국과수 조사결과 이외에 또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 전지전능한 능력을 반드시 기대하고 있어봐야겠다.
제천시에서 10대 시정성과와 신년사 보도자료가 들어왔다. 똥물을 마시는 기분이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대원칙과 지방자치단체 또한 그 역할 아래에 있다. 시민이 29명이나 희생됐는데 무슨 시정성과가 있단 말인가? 관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 대책을 먼저 내놓고 시정성과의 과와 실을 따져보자.
삶은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시점에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시민이 시장이다”란 말은 결국 시장 탓하지 말고 스스로 시장노릇해서 살아남으란 뜻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