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현대카드가 2015년 시작한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가 카드업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제휴카드와 차별화가 떨어지고,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신들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MZ세대를 비롯해 필요한 혜택을 집중해서 받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대카드는 최근 배달 앱 전용 PLCC인 '배민현대카드'가 발급 10만 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카드는 지난해 11월 현대카드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과 손잡고 공개한 것으로, 배민포인트 중심의 특화 혜택과 8종의 독특한 카드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배민현대카드는 배달의민족 이용 횟수가 월 9.2회로 일반 현대카드 회원(4.1회)의 두 배가 넘을 뿐 아니라, 회원 중 70%가 배민 VIP 회원인 것으로 나타나 사용자의 니즈가 확실히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PLCC는 2015년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카드사가 지정한 제휴사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기존카드와 달리 유통사에 맞는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으로서는 이미 주로 이용하고 있던 이용처의 혜택을 집중해 받을 수 있고, 유통업체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특화된 혜택을 제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3.9장(2019년 기준)일 정도로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고객 확보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현대카드의 PLCC는 주력상품으로서 최근에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히트작으로는 '스타벅스 현대카드'가 꼽힌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4월, '스타벅스 별'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PLCC '스타벅스 현대카드'는 배민현대카드에 앞서 누적 발급회원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지난해 출시된 '대한항공카드', 올해 출시된 '쏘카카드', '무신사 현대카드' 등이 있다.
기존 상품을 업그레이드 한 PLCC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운영 중인 PLCC '스마일카드'의 혜택을 강화한 '스마일카드 Edition2'와 '스마일카드 the Club'을 출시했고, 현대자동차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 'Hyundai BLUEmembers카드'를 업그레이드 한 PLCC 'Hyundai Mobility카드'를 지난 4월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현대카드의 성공담은 부담으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타사에서도 비슷한 PLCC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차별성을 내세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PLCC를 발급한 고객에게 일반 제휴카드와 다른 혜택을 집중해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발급 이후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마케팅·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온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됐다.
실제로 최근, 'SK브로드밴드' PLCC 카드가 롯데카드에서 출시되면서 현대카드의 'SK브로드밴드'와 비교대상이 되기도 했다. 유사한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연이어 출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이다.
이에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여러 회사들의 실명이 나오기에 조심스러워 침묵하고 있었지만 비슷한 오해가 가끔 있기에 바로잡겠다"며 "(자사의) SK브로드밴드 카드는 제휴카드일 뿐 PLCC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PLCC급 카드가 아니므로 유사 카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어 "PLCC를 만드는 브랜드들은 카드안내에 적혀있는 디폴트(기본) 혜택을 더 넣고 말고가 아니라 데이터분석에 의해서 뒷단의 선별적 혜택의 수준을 도약시키자는 것인데 Data Lake(원시 데이터의 일종)를 여러 카드사에 쪼개어서 데이터 포맷과 레이어, 체계의 호환가능성이 무너지는 것이 말이 되겠느냐"며 PLCC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 PLCC가 원조이고, 매력적인 것은 맞지만,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감할 수 없는 혜택은 타사의 '미투 전략'(유사한 상품을 출시하는 '따라하기' 전략)에 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