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시중 은행들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됨에 따른 현상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상품 확충에 나섬에 따라 시장의 파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비대면 주담대 시장 진출을 가장 먼저 선언한 시중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본인명의 휴대폰과 공동인증서만 있으면 하나은행 스마트폰뱅킹 하나원큐를 통해 정확한 대출한도와 금리 확인이 가능한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주택구입자금부터 대환대출 자금까지 모든 용도의 대출 취급이 가능하며, 최대한도 5억원, 최저 연 2.808%(4월 8일 기준)로 대출 심사부터 실행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섹션 관계자는 "복잡한 규정과 업무시간에 은행 방문이 어려운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본 상품을 기획했다"며 "자동화된 심사를 통해 신속, 정확한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현하여 손님의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영업점 방문 없이 신청과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한 '우리WON주택대출'을 출시했다. 자금용도 구분 없이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하며, 주택구입자금의 경우 최대한도 5억 원, 금리는 최저 연 2.74%(7월 2일 기준)이다.
부부 공동명의인 경우에도 전자등기를 통해 담보제공자가 영업점에 방문하는 번거로움 없이 이용 가능하며, 보유 주택수 확인을 위한 세대원 동의절차도 미성년자까지 확대 적용했다. 주택종류도 자동분류해 주며, 소득과 주택시세를 입력하면 3분안에 대출금리와 한도가 확인 가능하다. 금리우대 조건도 5개로 간소화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하반기 안으로 비대면 주담대 상품를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열린 KB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비대면 주담대 상품 출시를 시사한 바 있으며, 신한은행도 이달 말 비대면 주담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문철 전무는 컨퍼런스콜 당시 "주담대는 부동산 정책과 담보 설정 과정 등 예외적인 상황이 많아 비대면에서 실현되기 쉽지 않아 아직은 대면을 더 선호하지만 추세가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주담대 프로세스를 보완·개선하고 있다"며 상품 출시를 예고했다.
등기 업무을 비대면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법원 등 외부기관과 조율 중인 신한은행의 신한금융 노용훈 부사장(CFO)은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리테일 대출은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궁극적으로 비대면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에 모든 과정이 온라인 처리가 안 되더라도 궁극적으로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사이에 둔 출시 경쟁은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 되는 것이 첫 번째 요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비대면 예금·펀드 등 상품 판매 비중은 올 상반기 8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른 대출에 비해 은행의 근저당권 설정이 필요하고 복잡한 서류와 등기 업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주담대 상품은 비대면화의 난이도가 가장 높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상품이기도 하다. 시장의 크기가 일반 신용대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 주담대(전세대출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752조 2000억 원으로 신용대출(277조 3000억 원)의 2.7배에 달한다.
또 다른 요인은 태생부터 '비대면'을 내세우고 있는 인터넷 은행들과의 경쟁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인터넷 은행들은 다수 비대면 상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방식에 익숙한 MZ 세대를 포함해 많은 금융상품들을 론칭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정책금융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지난 2019년 1월부터 비대면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케이뱅크도 최근 동일한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재직기간 3개월 이상에 연소득 1500만 원 이상인 근로소득자, 6개월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소득금액증명원 기준 연소득 1000만 원 이상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상품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용대출, 펀드, 예·적금 등의 판매 10건 중 8건 이상은 비대면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직 인터넷은행들이 진출하지 못한 비대면 주담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시중 은행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은행들도 주담대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이미 지난해 8월 업계 최초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인 바 있고, 카카오뱅크 윤호영 CEO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토스뱅크 역시 비대면 주담대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뉴스프리존 기자와의 통화에서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고, 토스뱅크가 출범하는 등 태생적으로 '비대면'을 내세우고 있는 인터넷 전문 은행들의 성장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이 시장 파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다만, 주담대 상품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와 같은 과정을 비대면 플랫폼으로 끌어오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