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결국 가석방 됐다. 국민 여론이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었던 만큼,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였다. 이에 재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고, 노동계나 진보계 시민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연 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가석방심사위의 결정을 그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 부회장은 광복절을 앞둔 오는 13일 석방된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일단 경제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태희 상근부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허용해 준 점을 환영한다"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선점 경쟁에서 초격차 유지, 미래 차세대 전략 산업 진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허용한 법무부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과 관련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만큼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은 경영계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경총은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의 어려움이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반발하는 측의 목소리도 높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이번 결정의 `몸통'인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논평을 내고 "(이 부회장은) '삼성 재벌총수만을 위한 가석방 특혜'를 이번에 또 받은 셈"이라며 "사법 정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중대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쉽게 가석방되면 우리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정계도 다양한 입장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정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허가와 관련해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허가와 관련해 "코로나19 장기화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가운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정의당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오늘 '돈도 실력이다'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대권주자들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우선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면서도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해 사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 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일단 긍정하는 뜻을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정세균 전 총리는 가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부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와 유사한 포지션을 취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의 가석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혀왔다"며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반면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고 비난했고,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반대에 대한 뜻은 누차 밝혔다.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가석방에 앞서 이뤄진 여론조사를 보면 우선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달 26~2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한다'가 70%, '반대한다'는 22%로 각각 집계됐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달 23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해야 한다'는 응답이 66.6%, '특혜 소지가 있으니 하면 안 된다'는 28.2%로 각각 집계됐다.
한편 이번 가석방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어 대규모 투자 등 이에 대한 대책 마련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부회장이 가석방 되더라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유효한데다,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그리고 프로포폴 투약 혐의 등과 관련한 재판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어서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에 온전히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