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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하고 싶은 걸 하니 절로 행복이 찾아..
문화

‘나는 자연인이다’ 하고 싶은 걸 하니 절로 행복이 찾아왔다는 자연인 이가형

노승현 기자 입력 2018/01/03 15:24 수정 2018.01.03 20:57
사진 : MBN

[뉴스프리존=노승현 기자] 그 흔한 자동차도 오를 수 없고, 오로지 사람의 두 다리로만 닿을 수 있는 좁고 경사진 산길. 영하 20도의 강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계곡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보면, 해발 700M 험한 산등성이 속에 오롯이 안긴 자연인의 보금자리가 있다. 

강추위 속에서도 계곡의 얼음을 깨고 차가운 얼음물로 등목을 즐기는 자연인 이가형(54)씨, 거침없는 모습의 그가 산으로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자연인은 제대 후 가정을 꾸린 뒤, 동네에 들어선 가구공장에 취업해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 달에 15만원이라는 적은 월급을 받으며 새벽 3~4시가 되어서야 집에 올 수 있는 고된 일이었지만 그는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아이 분유 값이 없어 100원짜리를 모아둔 돼지저금통을 털면서도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혼자 일어선 자연인. 그는 곧 싱크대 사업을 시작했고, 90년대 초 당시 재래식 부엌을 현대식으로 교체하는 붐이 일던 시절이라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곧이어 찾아온 IMF의 여파에도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당시 실직자들의 창업 1순위는 책 대여점과 비디오 대여점. 그는 독보적인 이중 진열장 기술을 연구해 싱크대에서 진열장으로 생산 제품을 바꿨고 큰 성공을 이끌어냈다. 

연이은 성공을 이끌기까지 그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사장이었지만 어떤 직원보다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는 믿음으로 넥타이 한 번 맨 적 없이 누구보다 앞장 서 현장을 지휘했고, 업자들에게 술 한 잔 사는 접대 없이 오로지 기술로만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일에 전념해 살면서 가족들과는 그 흔한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26년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바쁜 공장 일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며 허드렛일을 거들던 아내의 오른쪽 팔이 기계에 딸려 들어가 버린 것. 여러 번의 수술로 아내는 어느 정도 팔을 다시 쓸 수 있게 됐지만, 그 사고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과 작은 추억 하나 만들지 못한 채 일만 하며 살아온 그 세월에 회의감과 죄책감을 느낀 것. 늦었지만 그는 이제라도 아내와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고, 먼저 산으로 들어와 아내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다.

26년 사업에만 몰두하며 잊고 살았던 것은 참 많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밴드 연주에 심취했던 흥 많은 소년이었고, 쿵푸, 태권도 자격증을 딸 만큼 열정적이었다. 이제라도 그간 즐기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찾아가는 자연인. 지붕 위에 달아둔 태양열 판을 이용한 전기로 베이스 기타, 드럼, 건반을 연주한다. 마이크를 켜고 속 시원히 노래를 불러도 누구 하나 뭐라 할 곳 없는 산 중은 그만의 낙원이다.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운동기구들을 이용해 체력단련을 하고 녹슬지 않은 쿵푸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항암치료에 좋다는 겨우살이부터 혈액순환에 좋다는 지치까지, 한 겨울에도 늘 넉넉하게 내어주는 자연의 품에서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 하고 싶은 걸 하니 절로 행복이 찾아왔다는 자연인 이가형씨의 이야기는 3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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