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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 새 도전 '럭서리 화장품' 오에라, 새 '캐시카우' 될까

이동근 기자 edgeblue@hanmail.net 입력 2021/09/01 16:14 수정 2021.09.01 16:16
최고가 120만 원 대 최고급 브랜드 지향 … 정체된 '성장' 넘어설 것 기대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 전문 계열사인 한섬을 통해 자체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oera)'를 출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섬을 통해 패션업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바 있어 새 시장 개척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섬은 지난 달 27일,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를 표방하는 '오에라'를 출시했다. 오프라인 1호 매장은 27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에 문을 열었다. 에센스·세럼·크림 등 기능성 제품은 물론, 클렌징·선케어·팩 등 20여 종의 스킨케어 및 선케어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문 연 한섬 '오에라' 1호 매장/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문 연 한섬 '오에라' 1호 매장/ ⓒ현대백화점그룹

타깃은 프리미엄 선호 계층이다. 주요 상품 가격은 20만~50만 원대, 최고가 제품은 120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 제품을 표방한다.

기능성 스킨케어 제조 기술이 우수한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와도 협업해 독자성분인 '크로노 엘릭서™'를 사용했으며, 케이스는 시세이도, 로레알그룹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을 담당하는 미국 디자인 전문업체 모조와 손잡고 개발했다. 오프라인 1호점은 영국과 글로벌 설계사 CMK와 협업해 만든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한섬은 지난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이종 사업에 뛰어든 현대백화점의 핵심 계열사중 하나이지만, 패션 외 이종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7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됐다.

한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은 단순히 제품들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자체 역량 확보를 통해 이뤄졌다. 살짝 발을 담궈 보는 수준이 아니라 꽤 본격적이다.

2019년 3월, 정관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한 데 이 지난해 클린피부과와 신약개발전문기업 프로젠이 공동 설립한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現 한섬라이프앤)의 지분 51%를 인수하는데 이어, 화장품 원료 생산 업체 SK바이오랜드(現 현대바이오랜드) 지분 27.9%와 경영권을 계열사인 현대HCN(현 현대퓨처넷)을 통해 인수했다. 화장품 원료부터 제조까지 확실하게 준비하고 발을 뗀 것이다.

이미 갖추고 있는 백화점 유통망에 해외 진출까지 고려중이다. 현재 오에라는 한섬의 중국 법인(한섬상해)를 통해 올해 안에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며, 국내·외 면세점도 진출 계획이다. 한섬은 오에라 뿐 아니라 기능성 화장품 개발 및 새로운 분야 진출도 고려중이다.

오에라 대표제품인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현대백화점그룹

오에라 대표제품인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크림'/ ⓒ현대백화점그룹

한섬 관계자는 "강점인 고품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화장품에도 적용시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며 "천연 화장품 원료 1위 기업 현대바이오랜드와 협업해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리빙·식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가로 넓혀 국내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명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섬의 신시장 개척은 패션을 통한 매출이 정체되자 새로운 출구를 찾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섬은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2017년에는 패션 사업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9년 8%를 돌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도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의 성장세가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메리츠증권 하누리 연구원은 하반기에 한섬에 대한 적정주가를 낮추면서 "내수 회복 및 보복 소비 수혜로 추가 상승을 도모하기는 어렵다. 강했던 만큼 약해질 위험 또한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섬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화장품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장품의 영업이익률은 패션에 비해 높은 편으로, 성공만 한다면 한섬의 덩치를 한 층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한섬이 최근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신규 산업 런칭의 기회가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6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77억 원으로 무려 609.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83억 원으로 227.2% 늘었다. 한섬도 2분기에 매출액은 13.0% 오른 3127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65.9% 상승한 235억 원, 순이익은 49.8% 오른 190억 원을 기록했다.

오에라 1호 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오에라 1호 매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경쟁사와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면도 부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진나 3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하는 '뽀아레'를 론칭 한 바 있으며, 뽀아레 외에도 비디비치, 연작, 로이비, 스위스 퍼펙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공식 판권을 가진 해외 브랜드도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총 12개에 이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론칭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의 90% 이상 화장품 부문에서 나올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이번 뽀아레를 론칭하며 최고가 70만 원대의 제품을 출시, 국내 럭셔리 브랜드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 유통업계에서 라이벌인 신세계 계열사의 '뽀아레'와 현대백화점 계열사의 '오에라'의 대결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사업에 뛰어들어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기존 사업에 집중해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한섬의 새로운 도전은 이색적이지만, 주목할 만 하다"며 "다만 화장품 사업이 이미 어느 정도 레드 오션을 형성하고 있고, 강력한 라이벌도 있는데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해외 브랜드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은 큰 과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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