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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로 체면 세운 '동서', 하지만 번 돈 상당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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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로 체면 세운 '동서', 하지만 번 돈 상당액이 예금으로 간 이유

이동근 기자 edgeblue@hanmail.net 입력 2021/09/02 12:12 수정 2021.09.02 12:52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 증가 … 효자상품 '카누' 덕분
자산 상당액 단기금융상품으로 … '동서식품' 특성상 식품 분야 해외 진출 어려운 탓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인스턴트 커피 분야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동서식품의 대주주인 주식회사 동서의 매출이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무실 등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양이 줄었지만, 대신 '카누'가 그 자리를 채운 덕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실적으로 늘고 있는 자산을 이용한 신사업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동서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0억 원으로 1.41% 증가했다. 2019~2020년 동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매출·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오래간만의 호실적이다.

주식회사 동서의 최근 5년 간 상반기 주요 영업실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 : 뉴스프리존, 단위 : 100만 원
동서식품의 대주주인 주식회사 동서의 최근 5년 간 상반기 주요 영업실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리 : 뉴스프리존, 단위 : 100만 원

이같은 실적 상승에는 동서음료 등 식품사업부문(동서식품)의 성장세가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중 식품사업부문의 비중은 2019년 57.1%(2814억 원)에서 2020년 57.6%(2837억 원), 2021년 상반기 누적 63.6%(1694억 원)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실적 증가에 동서식품의 '카누' 브랜드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원해 동서식품의 주요 매출은 커피믹스로 가정보다 사무용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매출 감소가 이뤄졌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9.47%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또 다른 간판인 카누 커피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이 같은 틈을 메꿔나간 것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믹스커피가 직장에서 소비되는 양이 많다보니 재택근무로 상당수 돌아서면서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프림,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카누 커피가 건강을 생각하는 이들 사이에서 많이 소비되면서 매출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들인 자금의 활용은 다소 애매해지고 있다. 매출에 크게 기여한 동서식품 입장에서는 신사업에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같은 고민은 단기금융상품 현황에서 나타난다. 동서의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2019년 상반기에 40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줄어들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인 2020년 상반기에는 6151억 원으로 무려 50.98%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6285억 원으로 2.19% 늘었다.

이처럼 단기금융상품이 증가하는 이유는 늘어나는 유동자금을 상품개발 등에 투자하지 않고, 자금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즉, 여유 자금이 대부분 예금에 묶여 있는 셈이다.

늘어난 자금을 안전하게 불리기 위한 방안으로도 보이지만 속내는 다소 다르다. 자금을 활용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면 주력인 식품 분야를 활용해야 하는데, 식품 분야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따라서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주요 브랜드인 맥심 등의 해외 수출 권리를 다른 회사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동서식품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브랜드 제품들. 이밖에도  '맥스웰하우스'. '타시모', '스타벅스'(RTD), '프리마', '미떼', '제티', '소프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 ⓒ동서식품
동서식품의 주요 브랜드 제품들. 왼쪽 위부터 '맥심 카누', '맥심', '오레오', 'POST'. 이밖에도 '맥스웰하우스'. '타시모', '스타벅스'(RTD), '프리마', '미떼', '제티', '소프트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등이 있다. / ⓒ동서식품

실제로 동서식품의 지분은 동서와 Mondelez Holdings Singapore Pte. Ltd.(M.H.S)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으며, 동서는 국내 유통을, M.H.S는 해외 유통을 책임지는 구조다. 따라서 동서가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식품 분야는M.H.S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아니면 식품 외 분야에서 시도해야하겠지만, 동서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내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여서 해외(진출)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데, 사업아이템이나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식품 브랜드가 동서식품에 있기 때문"이라며 "식품만 생각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시장은 꽤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인 것은 식품업계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이제 국내에서 자리 잡은 식품 관련 기업들은 해외 진출 없이 성장은 거의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동서의 신중한 입장이 이해는 가는 것이 자칫 '문어발'식 확장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커피 시장은 상반기 기준(닐슨코리아 자료) 동서식품(점유율 25.7%)과 롯데칠성음료(25.3%)가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어 매일유업(15.9%), 코카콜라(11.0%), 남양유업(3.8%)이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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