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유한양행의 먹는 비(非)소세포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가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렉라자는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내 개발 31번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고, 지난 7월부터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업계는 출시 첫해 렉라자의 매출이 약 5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렉라자는 폐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EGFR돌연변이 활성 억제를 통해 신호 전달을 방해, 폐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AZ)의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가 라이벌이다.
렉라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8년, 12억 55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을 지급하고 렉라자의 한국 제외 글로벌 판권을 구입한 얀센이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렉라자가 상용화되면 유한양행은 로열티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임상 정보 등록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얀센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표적항암제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임상 타깃은 타그리소로 치료해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 요법군과 전통적인 치료법 중 하나인 백금 화학항암요법군으로 나눠 시험할 예정이다. 올해 10월부터 임상 대상자를 모집해 2025년 11월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미반타맙은 얀센이 개발한 이중항암항체다. 즉, 얀센이 자사의 아미반타맙과 유한양행으로부터 도입한 레이저티닙으로 타그리소를 넘어설 수 있느냐가 이번 임상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타그리소는 이전 세대 약물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쓸 수 있고 첫 진단 시부터 써도 효과적인 치료제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중 최고로 꼽힌다. 한 해 글로벌 매출 규모만 5조 원 수준에 달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매년 1000억 원대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같은 유한양행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적 사례로 꼽는다. 렉라자는 2015년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신약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당시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전임상 등으로 가치를 높인 뒤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으며, 렉라자 외에도 꾸준히 진행,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지난 2~5월 에스엘백시젠, 지엔티파마, 에임드바이오, 프로큐라티오, 테라베스트 등 5개 기업을 대상으로 119억 8000만 원을 신규 투자했으며, 이 중 지엔티파마와 테라베스트는 경영 참여 목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이프릴바이오 등 기존 투자처에 220억 원을 추가 투자, 올해 상반기에만 약 340억 원을 출자했다. 2020년 R&D(연구개발) 투자금액은 2227억 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도입한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YH35324'의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기도 했다.
이 물질은 우리 몸 안의 호염구(Basophil) 및 비만세포(Mast Cell)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데 주요한 IgE의 수용체 FcεR1의 알파도메인으로 다른 IgE 수용체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결합력을 갖고, 자가항체(anti-FcεR1α IgG)의 수용체 결합까지도 억제시킬 수 있는 융합 단백질 신약 후보물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