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사드 보복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연이어 피해를 입었던 아모레퍼시픽이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출점 전략을 수정하고, 온·오프라인 시너지 강화에 나선 것이다.
우선 자사몰 브랜드명을 기존 AP몰에서 아모레몰로 바꿔 고객 인지도 쌓기에 나선 한편 온라인 플랫폼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e커머스 매출액 성장률 30% 이상을 달성하고, 중국의 경우 e커머스 매출액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e커머스 매출 비중은 국내에서 20%, 중국 시장에서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내·외적인 디지털화도 가속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반바지를 입고 등장하고, 3일 열린 창립 76주년 기념식을 메타버스로 진행하는 등 디지털 시대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서경배 회장은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2025 비전을 발표하며 "바이오·더마 등 고기능 영역과 건강을 위한 웰니스 카테고리를 집중 육성해 삶의 모든 순간을 아우르는 '라이프 뷰티'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세밀하게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별 최적화된 '초개인화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방침을 '위닝 투게더'로 선정하고 3대 추진 전략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비롯해 '강한 브랜드', '사업 체질 혁신'을 내세운 바 있다.
바이오·더마 등 고수익 기대 영역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웰니스 뷰티 브랜드 큐브미 판매처는 온·오프라인 약 700개로 확장했고, 지난 1일 자회사 에스트라 흡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변화는 새로운 시대 조류에 맞추기 위함도 있지만, 주력인 오프라인 매출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2조 4294억 원, 영업이익은 178.1% 증가한 2675억 원을 기록했다. 기간 국내 사업 매출은 9.7% 증가한 1조 5553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74억 원으로 작년 대비 51.2%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전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장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오프라인채널 매출은 꾸준히 하락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아모레의 강점은 오프라인에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은 52%, 온라인 홈쇼핑 매출은 15% 수준이다. 경쟁사들이 매장 축소나 온라인 전환에 나설 때 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타격을 그대로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안타증권 박은정 연구원은 "3분기 해외 동향의 부진이 예상됨에 따라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파악된데 기인한다"며 "추가적으로 하반기 중국 소비 둔화 우려, 산업의 높은 기저 부담, 경쟁 심화 가능성, 그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 우려 사항이 재차 부각되며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추후 위드 코로나, 국가간 리오프닝 가능성 확대 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축소로 방향을 돌리는 분위기다. 우선 특화매장으로 선보인 '아리따움 프로 메이크업 스튜디오'를 이달 말 모두 운영을 종료한다. 파일럿 기간이 종료된 것이 대외적 이유이지만, 체험형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판매한다는 전략이 대면 서비스가 어려워진 상황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리따움 매장 수도 감소세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아리따움의 매장수(가맹점, 직영점)는 2017년 1323개, 2018년 1250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700여 곳으로 줄었다. 아리따움 직영점도 지난해 25개에서 서울 영등포와 대구, 광주 등 세 곳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설화수를 비롯한 고급 화장품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운 상황"이라며 "다만 '위드 코로나'로 정부 정책이 선회하거나,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경우 성장세로 돌아설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