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이제 그들이 데뷔할 시간이 다가왔다. 리더인 위르(윌)부터 메인보컬 '쿠퍼'(쿠퍼스), 비쥬얼 센터 '야츄'(하루야채), 메인댄서 '뚜리'(MPRO3), 마지막으로 51년차 연습생 출신의 막내 '쿠르'(야쿠르트)가 그 주인공이다." (그룹 '하이파이브' 소개글)
지난 18일, 5인조 사이버 아이돌 그룹이 데뷔가 식품업계 이목을 끌었다. 아이돌 데뷔가 식품업계 이목을 끈 이유는 이 그룹이 hy에서 데뷔시킨 식품들의 '부캐'(보조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마치 연예인들이 부캐를 키우듯, hy가 자사 히트 제품들의 분신을 아이돌로 데뷔시킨 셈이다.
이번 데뷔가 단순한 이벤트성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것처럼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 약 반년에 걸친 기간을 거쳤을 뿐 아니라, 실제 음반까지 발매했기 때문이다.
데뷔 과정은 대국민 온라인 오디션을 거쳤다. 웹툰 작가 연그림과 협업해 5명의 캐릭터를 확정하고 본캐 제품명을 이어받아 각각 위르(윌), 뚜리(MPRO3), 쿠퍼(쿠퍼스), 아츄(하루야채), 쿠르(야쿠르트라이트)로 이름을 만들었다. 각 멤버들이 제품들의 부캐인 셈이다.
입사 2년차이자 MZ세대 소통을 위한 회사 유튜브 채널 '야인마TV'를 운영 중인 이상현 사원이 오디션을 진행했다. 2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후 실제 아이돌 연습생처럼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트레이닝 과정은 인스타툰으로 연재했다.
위 과정을 거쳐 발표된 데뷔곡인 '슈퍼히어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슈퍼히어로처럼 지켜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K-POP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만간 포인트 안무 '히어로 댄스'를 담은 뮤직비디오도 발매할 예정이다. 안무는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기획한 그룹 '싹스리'의 안무팀 ‘나나컴퍼니’가 맡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인형탈을 쓴 멤버들의 춤 연습 장면을 야인마TV로 공개하기도 했다.
hy 김일곤 유제품CM팀장은 "부캐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적용한 '하이파이브'는 hy 유니버스 세계관의 첫 시작"이라며 "가상의 세계관을 현실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믹스버스'를 통해 신선한 경험과 색다른 즐거움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식품 부캐는 빙그레다. 빙그레는 지난해 2월 4일, 자사 인스타그램에 '바나나맛 우유' 왕관을 쓰고 '빵또아'로 만든 바지와 '끌레도르'로 만든 신발을 신고 있는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마시스'를 '안녕'이라는 짧은 글귀와 함께 공개했다.
소위 '하오체'로 썰렁한 농담을 하는 이 캐릭터는 빙그레 왕국의 왕자라는 설정으로 등장, 일반 기업 인스타그램에서 보기 힘든 가벼움을 보여주며 MZ세대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후 '비비빅', '투게더', '꽃게랑', '메로나', '더위사냥', '끌레도르', '엑설런트' 등을 의인화하며 갈수록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다.
이후 빙그레우스가 등장하는 게시물은 주 3회 업로드됐고, 관련 상품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해 8월에는 김성철·정소리 뮤지컬 배우가 등장하는 '빙그레 메이커를 위하여'라는 애니메이션과 OST까지 공개했다.
빙그레우스 관련 게시물은 처음 공개되던 만큼은 아니지만, 시즌2로 돌입하면서 '어차피 기업 계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빙그레우스의 경쟁자인 '빙9레'를 등장시키고, '아카페라스페셜티컵커피', '붕어싸만코', '요맘떼', '슈퍼콘', '쥬씨쿨' 등의 캐릭터를 추가로 공개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식품 '부캐'를 이용한 세계관의 확장은 오래된 제품들의 '올드함'을 넘어선 신선함으로 M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익숙한 캐릭터가 아이돌이나 만화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세계관 확장이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빙그레의 2020년 개별 기준 매출액은 9075억 원으로 5.9% 증가했는데, 이는 당시 빙그레우스 캐릭터의 인기에 비춰보면 큰 매출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
게다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한 3247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줄어든 183억 원, 당기순이익은 45.1% 감소한 154억 원으로 집계됐다. 빙과 매출이 전년 2분기 대비 일부 감소했고, 올 초부터 원재료가 전반적으로 인상돼 원가율이 상승했고 판관비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빙그레 측의 설명이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의 자회사 편입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는 분명 신선하지만 특정 광고의 인기가 꼭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브랜드의 신선도도 유지되는 법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신선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