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의 '아메바 경영'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보험설계사 출신 임원까지 생겨나면서 조직 전체가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94% 오른 5조 8124억 원의 영업수익과 37.42% 오른 4020억 원의 영업이익, 41.12% 오른 296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지배주주지분만을 반영한 순이익은 2955억 원으러 41.20% 증가했다.
단일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3.84% 오른 5조 7845억 원의 영업수익과 33.29% 오른 3964억 원의 영업이익, 36.79% 오른 291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1.9%포인트(P), 3.0%P 하락하며 합산비율이 100.1%까지 낮아져 이익개선의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보험영업적자는 -25억 원에 그쳐 2011년 1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적에 대해 업계에서는 '아메바 경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아메바 경영은 메리츠화재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경영철학이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목표의식을 세워 일하고 평가를 통해 걸맞은 보상을 받게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일본의 3대 기업인으로 불리는 일본 교세라그룹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주창한 바 있다.
연체동물처럼 필요에 따라 분리될 수도 있고 합쳐질 수도 있으며, 경영자의 리더십 역시 끝없이 분열하는 아메바처럼 유연성이 요구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최고 경영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가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15년 2월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7년 12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및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용범 부회장은 아메바 경영을 배우기 위해 수차례 일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직원들에게도 "오너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달라"며 주인의식을 강조해왔다.
특히 실적 달성 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약속하며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나눠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7월, 사내 CEO 메시지를 통해 2024년 목표를 밝히며, 당기순이익 목표로 1조 5000억 원을 정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4334억 원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달성한다면 업계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 전속영업조직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전속설계사수는 2016년 1만 1973명에서 2020년 상반기 현재 2만 5546명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500만원 이상 고소득을 버는 설계사 수는 2016년 1018명에서 2020년 상반기 2373명, 1000만 원 이상 설계사는 173명에서 607명으로 늘었다. 상반기 메리츠화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23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2만원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영업전문임원으로 목포본부의 박흥철 본부장을 선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보험설계사로 시작해 본부장을 거쳐 임원까지 오른 첫 사례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메리츠화재는 조만간 2~3명의 영업설계사 출신의 본부장을 추가로 임원으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는 2016년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를 도입하고, 설계사에서 영업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편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260명 본부장 가운데 160명이 설계사 출신 본부장이다.
메리츠화재가 특히 신경쓰는 것은 장기인(人)보험으로 알려졌다. 장기인보험 매출은 2016년 월평균 22억 원 수준에서 현재 4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유지율도 76.6%에서 86%로 오른 바 있다. 올해 2분기 보장성인보험 신계약은 전 분기 대비 6% 증가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인보험시장 점유율을 높여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시장 점유율은 현재 16~17%가량으로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인데 이 점유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어지는 호실적에도 외형 성장 만큼 이익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메리츠화재가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상위사와의 격차가 줄고 있다고 호평했지만,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손해율의 상승 추세는 여전하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위험보험료의 대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2019년 및 2020년 장기 사차손익은 신계약 경쟁 이전인 2016년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기준으로는 3년 연속 감소 중이다. 외형 성장이 이익 증가를 동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