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이규진기자] KBS·MBC정상화시민행동이 100일 넘게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업무복귀할 것을 결의한 방통위를 강력 비판했다. 4일 오전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서울 영등포 CGV에서 영화 '강철비'를 관람한 뒤 배우 정우성·곽도원, 양우석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정우성의 KBS 정상화 발언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정우성은 지난해 12월 20일 KBS '뉴스집중'에 출연해 '본진 폭파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뒤이어 SNS에 새노조 조합원들에게 "수천 명의 사람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힘과 의식을 모아 월급을 포기하고 함께 싸워나가는 것은 정말 멋지고 응원받아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지치지 마시라"는 응원 영상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시민행동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컷뉴스에 의하면, 하루 전인 4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달 해임된 강규형 KBS이사 후임으로 김상근 목사를 추천했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고영주 이사를 해임했다.
시민행동은 "파업 철회 촉구는 방통위의 지난 행보를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방통위법 제12조에 명시된 29개의 심의·의결 사항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지난 정권에서도 공영방송 파업과 관련해 방통위가 이사회와 사업자에게 '정상화'를 촉구한 적은 있어도, 노조의 파업 철회 촉구를 의결한 전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기독계 원로인 김상근 목사를 KBS 보궐 이사로 추천하며 KBS 정상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이날 KBS 파업 현장을 지지 방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고대영 KBS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123일째 파업 중이다. KBS 뉴스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권·여당 편향을 보인 것뿐 아니라 이른바 ‘기계적 중립’을 표방하며 국민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을 직격한 것이다.
주 기자는 “‘국민의 방송 KBS’하면 생각나는 것이 ‘민경욱’(전 KBS 앵커·현 자유한국당 의원), ‘김인규’(전 KBS 사장·현 경기대 총장) 등 밖에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어떤 기자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떠올리려고 해도 생각이 잘 안 난다”고 비판했다. 주 기자는 “10년 전만 해도 KBS 탐사 보도를 보면 너무 잘해서 화가 났고 매일 물 먹는 기분으로 보곤 했다”며 “그렇게 취재 잘하던 선후배들은 이상한 곳으로 유배가더라”고 말했다. 현재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고 있는 김 총수는 “우리 같은 마이너들은 KBS와 같은 ‘정통’이 망가져야 먹고 살 수 있다”며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곧 정상화가 된다고 급히 찾아온 것”이라고 농을 던졌고 이에 주 기자가 “그러니까 KBS 파업을 끝까지 접지 말라”고 말하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 총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방송 네트워크가 지난 세월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며 “이젠 비겁한 뉴스말고 살아있는 뉴스를 만들어달라. 제대로 돌아와서 거대한 힘을 보여달라”고 KBS 언론인들을 독려했다.
시민행동은 "KBS의 정상화는 방송 편성의 정상화가 아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보궐이사의 추천 이후에도 고대영 사장의 퇴진과 조직 혁신을 거쳐 시청자와 시민의 '인정'에 이르는 길은 멀기만 하다. 이 과정에 방통위가 정치적 고려로 인해 파업 철회를 요구하며 정상화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또한 KBS이사회에 "KBS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모두 마련됐다. 이사회는 조속히 고대영 사장을 해임해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대영 사장 퇴진과 KBS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 새노조의 파업은 오늘(5일)로 124일째를 맞았다. 또한, 정우성은 KBS '뉴스집중'에서 한 발언은 즉흥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출연을 위해 KBS 건물에 들어서는데 노조원들과 그분들을 제지하기 위해 지키고 있는 분들을 봤다. 그 모습이 낯설고 이상하게 보였다. 그날 "요즘의 사회적인 관심사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앵커분이 하시길래 KBS 정상화라고 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우성은 "정의라는 단어가 씁쓸하다. 나는 배우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고 KBS에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요청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