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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해군, 성피해자 탄원서 담긴 ‘비공개’ 자료 ‘정부세종청사’에 12일간 방치?

이기종 기자 dair0411@gmail.com 입력 2021/10/14 12:14 수정 2021.10.14 14:04
해군 前성고충전문상담관 상대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부당해고 승소 취소와 관련 심문회의 비공개 자료.(사진=이기종 기자)
지난 9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前성고충전문상담관 부당해고 승소 취소와 관련한 심문회의 비공개 자료가 정부세종청사 방문객 공간에서 발견됐다.(사진=이기종 기자)

[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해군본부는 지난 9월 13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前성고충전문상담관 부당해고 승소 취소와 관련한 심문회의 비공개 자료가 12일간 정부세종청사 방문객 공간 등에서 방치된 것에 대해 14일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해군의 중앙노동위원회 관련 심문회의 자료 방치 사건은 해군에서 성고충전문상담관으로 근무한 여성 관계자를 대상으로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결정한 승소 판결에 대한 재심 성격의 심문회의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의 중심인 심문회의 비공개 자료는 중앙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심문회의가 있던 지난 9월 13일 해군 양성평등센터 관계자와 前성고충전문상담관 등이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 다녀갔고 그 이후 관련자료가 방문객 등이 있는 중앙노동위원회 로비에서 정부세종청사 관리본부 직원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관 및 관계자인 중앙노동위원회,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정부세종청사 관리본부, 前성고충전문상담관 그리고 사건의 중심인 해군본부를 대상으로 취재를 했다.

먼저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심문회의 일자 등에 대해 “9월 13일 3-4시경 열렸고 노사 측 10여명이 참석했고 단심(1차)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前성고충전문상담관에 대해 복직을 결정한 인천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문건에 대한 보관 및 관리 규정에 대해 “관련 규정은 없으며 수령 이후에는 해당 기관이 책임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정부세종청사 관리본부 관계자는 분실 시점에 대해 “가방은 당시 로비 안쪽의 의자 옆 아래쪽에 놓여져 있었고 16일 안내원이 해당 의자 옆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하게 됐다"며 "그 이후 해당 노사(勞使) 측에 확인했고 사측 요청에 의해 유실물 보관 장소에 보관했으며 사측 관계자가 9월 24일 오후에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처럼 수일간 보관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인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일반적이지 않다”고 답변했다.

다음으로 해당 문건의 당사자 중 하나인 前성고충전문상담관은 분실 문건에 대해 “9월 16일 오후 1시 42분경 세종정부청사 로비에서 서류가 든 아이보리색 가방이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 가방에는 여러 내담자나 성피해자들이 써준 탄원서도 들어있는데 저의 신분이나 사건 등이 노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내담자들이나 피해자들이 써준 탄원서 등도 들어있는데 이를 알면서도 9월 13일부터 함부로 방치한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건 발단인 해군본부를 대상으로 사건 발생부터 사후 처리과정에 대해 질의하자 해군 관계자는 “해군본부 양성평등센터 직원이 노동위 심판과 관련한 서류 중 일부를 세종정부청사에 두고 온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직원과 협조하여 시건(잠금)장치가 있는 별도의 서류보관함에 보관토록 조치한 후 해당 서류를 이상없이 회수하였다”고 답했다.

이번 해군에서 벌어진 성피해자 탄원서가 담긴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의 비공개 자료 분실은 단순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현재 군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피해자, 인권 등과 관련해 해군 측과 그 소속 관계자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단초이다.

그동안 각 군에서 있는 양성평등센터는 군의 폐쇄적인 특성을 해소하기 위해 센터장 등을 공모 통해 채용하는 등 인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홍보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성추행 관련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여 부사관 사망 사건과 연이어 터진 해군 제2함대사령부 소속 여 부사관 사망 사건 등은 아직도 군에서 내재해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에서 중심이 된 양성평등센터의 경우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은 지난 6월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고 당시 공군참모차장도 “양성평등센터에서 보고적인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공군, 해군, 육군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는 양성평등센터를 대체해 국방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상담관이 해당 공군, 해군, 육군 등 군 기관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폭력, 일·가정 양립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양성평등 업무를 수행할 수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가 이번 해군에서 발생한 성피해자 탄원서 등 비공개 자료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방치된 사건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양성평등센터 관계자 등 해군의 인식 상태이다.

만약 해군 작전과 관련된 비공개 자료였다면 해군은 분실 시점인 지난 9월 13일부터 확인 작업과 더불어 관련자 대상으로 조사해 신속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또 그 사안이 작전자료와 비교가 될 수 없는 문건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헌법을 다루는 군법 관계자로서 법과 관련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원칙만 가지고 있었더라도 성피해자 탄원서 등이 담긴 비공개 자료가 장기간 정부세종청사 방문객 로비나 유실물 보관 장소에 방치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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