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츠=뉴스프리존] 이재성(29, FSV마인츠)이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손흥민에게 절묘한 패스로 선제골을 도왔지만, 후반 실점의 빌미가 된 행위 하나로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1-1로 비겨 승점 1점을 챙겼다. ‘한국팀의 무덤’이라 불린 아자디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며 대표팀은 승점 8점을 챙겨 조 2위를 유지했다. 염원이었던 승리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날 유명 축구 사이트 FotMob은 이재성에게 이란전 평점 8.3점을 주며, 이날 최고 평점 선수이자 최우수 선수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75분 실점의 빌미가 된 행위 하나만 가지고 일부 축구팬들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81분에 걸친 이재성의 이란전 활약, 헌신, 경기 지배보다 실수에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13일 현재 그의 SNS에 계정에는 선수를 비난하는 글이 가득하고, 심지어 가족까지 향해 있다.
과연 이재성에 대한 비난은 정당한가?
축구는 손으로 하는 스포츠보다 실수가 더 많아 실수의 스포츠로 일컫는다. 이에 실수는 플레이의 한 과정으로 간주되며, 선수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어 한편으로 지도자에게는 이에 대한 언급은 금기 사항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선수의 실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비난의 날을 세우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여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에 패하고 싶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선수는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 전. 후반 90분 경기 동안 평균 12Km 이상의 엄청난 활동량으로 최선을 다한다.
결국 이로 인하여 선수들은 1경기당 평균 2~3ℓ의 땀을 배출하며 탈진하는 선수들까지 발생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선수는 신이 아니기에 완벽할 수 없는 실수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실수를 명분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제하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축구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주장일 뿐 그 이상의 것은 없다. 선수의 실수에 대하여 건설적인 비판과 응원은 춤을 추게 하며 한편으로 발전의 자양분이 되게 한다.
따라서 비판은 어디까지나 건설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마음이 아닌 생각으로 실수를 판단하면 고통이 되며 또한 가슴이 아닌 느낌으로 실수를 논하면 상처가 된다. 아무리 현대 사회에서 SNS(인스타그램)상을 통한 의견 개진이 보편화된 가운데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다 해도 그 뒤에 숨어 선수의 인신공격과 이를 모독하는 악성 비난을 가하는 것은 선수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도 전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축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실수에 연연 말아야
선수에게도 지켜져야 할 인격은 엄연히 존재하고 실수가 비난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와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라는 미명 아래 맹목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면, 축구의 무지인으로서 결단코 SNS 앞에 앉을 자격이 없음은 물론 축구를 떠나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오히려 비난받아 마땅하다. 진정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선수 개인의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선수 개인의 전술, 전략적인 부분과 포지션에 따른 경기장 위치에서의 무엇을 어떻게라는 부분 플레이에 더 집중한다.
이는 곧 축구를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는 가운데 흥미를 높이기 위함이며, 더불어 실질적으로 즐기면서 배우기 위한 한 방편이기도 하다. 사실 선수가 아닌 개인의 자기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말하는 축구는 덧셈, 뺄셈처럼 쉽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마음과 가슴으로 축구를 하는 선수는 수학 방정식 만큼 풀기 어렵다. 따라서 선수 개인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폭력과 다를 바 없는 비난은 이제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
어차피 경기의 승. 패는 결정나게 마련이다. 그 과정의 90분 동안 선수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축구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 득점을 허용하는 골키퍼는 득점을 허용하기 위하여 존재한다. 사전에 득점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슈팅을 시도할 선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축구에 숨겨져 있는 진실성이다. 그렇다면 이를 망각한 채 비난에 집착하는 행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개인의 모순에 극치라고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국 축구는 선수들의 실수로도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강을 성취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19년 폴란드 FIFA U-20 FIFA월드컵에서는 두 번째 시상대에 서서 최우수선수상(MVP)까지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적으로 선수의 실수가 피가 되고 살이 되었기에 얻은 결과물이다. 이에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선수 실수에 대한 비난보다 축구를 통하여 삶을 위로받고 즐거움에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욱 매진할 필요성이 있는 지금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답은 명확하다. 축구를 생각과 느낌에서 잃으면 된다.
이재성 선수 뿐만이 아닌 어느 선수든 승리를 염원한다. 경기장에서의 플레이는 승부와 함께 끝내고 항상 격려와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 선수들의 사기는 팬들의 함성과 애정에 비례한다.
이재성 선수의 건투를 기대한다.
* (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