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행정처분과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예고했다. 국내에 판매하기 위한 제품이 아님에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려진 행정처분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다.
식약처는 10일,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2개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제제 6개 품목을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서 적발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품목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주100단위', '리엔톡스주200단위'와 휴젤의 '보툴렉스주', '보툴렉스주50단위', '보툴렉스주150단위', '보툴렉스주200단위'다. 이 중 파마리서치바이오 2개 제품은 수출 전용 의약품으로 국내 판매용 허가 없이 판매한 것이 적발돼 전(全)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도 받는다.
문제는 휴젤 측의 '보툴렉스'가 실제로 국내에서 판매, 처방까지 이어진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휴젤의 설명에 따르면 보툴렉스 제품이 국내에서 판매됐다고 식약처가 주장하는 것은 국내 도매상이 수출을 위해 휴젤로부터 구입한 사례라는 것이다.
참고로 국가출하승인은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등 의약품을 국내에 판매하기 전 거쳐야 하는 절차다. 다만 해외판매용은 국가출하승인이 아니다. 다만 이 경우 식약처가 '딴지'를 건 것은 휴젤이 직접 해외에 판 것이 아니라 '도매상'을 통해 판매했으므로 국내에서 상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행정처분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이 되는 것은 도매를 통해 해외에 판매하는 것은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이었고, 그동안 거의 문제가 되지 않다가 갑자기 식약처가 '단죄'에 나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출하승인의 목적이 국내에서 처방이 이뤄지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실제 처방이 이뤄진 사례가 적발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소비자를 위한 권고사항으로 "해당 의약품을 투여받고 있는 경우 적절한 대체 품목에 대해 의사와 상의하기 바람", "조사대상 의약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신고하기 바람"이라는 내용의 의약품 안전성 속보를 발표했는데, 국내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제품이라면 의미가 없는 안전성 속보가 된다.
휴젤 측은 이같은 판매 방식은 '관행'이라고 설명하며 "국내 판매용 제품은 전량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왔으며, 식약처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 제품은 수출용 의약품임을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소명해 왔다"며 "그럼에도 식약처가 기존에 안내되거나 문제되지 않았던 '유통 관행'에 대하여 종전과 다르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결국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식약처에 문의한 결과 "휴젤의 경우 의약품 취급자가 아닌 자에게 판매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시 휴젤 측에 문의하니 "그 사례는 도매업자가 수출 업자에 재판매한 것"이라며 "국내에서 처방된 사례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 기자가 국내용과 수출용을 구분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포장아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로 사진을 확인한 결과 수출용은 영어로 'Botulax'라고 적혀 있고, 국내용은 '보툴렉스'라고 적혀 있어 확연한 구분이 가능했다. (위 사진 참조)
휴젤 측은 이어 "아마도 특정 업체가 고발을 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며 "법적으로 논란이 있는 문제에 대해 식약처가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휴젤은 즉각 취소소송,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휴젤 측은 "명백한 법리적 판단의 차이가 존재하는 규정에 대해 무리한 해석을 내린 식약처의 이번 처분은 법적 절차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며, 당사는 즉각적으로 식약처 조치에 대한 취소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여 영업과 회사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휴젤이 공들여 키워온 기업의 가치가 이 같은 안타까운 일로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휴젤은 앞으로 진행할 법적 절차를 통해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휴젤의 보툴렉스는 2010년 국내 출시했으며, 현재 해외 2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BLA(품목허가신청서)를 제출하고 이후 8월 GMP에 대한 실사를 완료하면서 내년 품목허가 획득이 예상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1841억 원, 영업이익은 54.2% 증가한 774억 원, 당기순이익 536억 원을 기록했다. 보툴리눔 톡신의 매출은 국내외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4% 증가했으며, 해외 매출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시장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