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 2무 승점 14점
국가대표 축구팀(이하 벤투호)이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6차전까지 경기에서 받아 든 성적표다. 이로서 한국은 5승 1무 승점 16점을 획득하고 있는 이란에 이어 A조 2위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승점 차이를 더욱 벌리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 9부 능선에 올라 10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벤투호의 이와 같은 순항은 2018년 8월 출범 후 3년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도 비로소 경질의 화두에서 자유스러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경기까지 빌드업 축구 경기 내용 미흡과 더불어 선수 선발 건 등 몇 가지 문제점으로 비난에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5차전(11월11일) UAE전과 6차전(11월17일) 이라크전의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에 의한 연승 결과로 이같은 비난은 찬사로 급변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러나 단 2경기 만으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가 완성 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는 축구의 특성상 아무리 약체팀이라도 한 두 경기는 잘할 수 있는 스포츠가 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투호가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빌드업 축구 문제점 개선과 함께 지도자로서 벤투 감독의 고집에 가까운 사고력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론 잘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더욱 높은 애정의 응원을 보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벤투호의 만족스러운 2연전 경기 내용에 의한 결과에 도취되고 자만한다면 앞으로 남은 레바논(1월27일.원정), 시리아(2월1일.원정), 이란(3월24일.홈), UAE(3월29일.원정) 4경기에 희망을 키울 수 없다. 분명 UAE와 이라크전에서의 벤투호 경기 내용은 굳이 약점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그러나 그 경기 내면에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 핵심인 속도가 여전히 미흡하여 개선되지 않은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다행히 이라크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며 다득점에 성공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빌드업 축구 구현의 실효성이라기보다는 선수 개인 능력으로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A조에 편성된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이란, UAE 중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선수 기량은 한국 선수들 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이는 팀 전력의 잣대로서 이를 토대로 평가한다면 한국의 완승은 당연성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벤투호는 5차전까지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를 펼쳤다. 이 시점에서 벤투 감독은 5, 6차전 경기 내용을 곱씹어 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 구현이 전술, 전략적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가다.
단언컨대 5, 6차전 경기는 빌드업 축구의 전술, 전략보다 선수 개인의 기량에 의한 경기 소화에 내용과 결과가 결정난 경기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같은 근거는 압박에서 찾을 수 있다. 현저한 기량 차이를 보이는 팀과의 경기에서는 압박은 상대에게 개인, 부분, 팀적으로 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고립무원' 상황을 초래시킨다. 반면 압박을 구사하는 팀은 쉽게 공을 소유하여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바로 벤투호가 UAE,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그랬다. 진정 벤투호가 경쟁력을 갖춘 빌드업 축구 완성도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빌드업 속도에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또한 포백 포메이션 하에서 양쪽 풀백의 공격 가담만이 특징인 단조로운 전술도 벗어나야 한다. 이는 팀 조직력을 향상시켜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결정력을 높이기 위단 수단으로써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벤투 감독의 고집에 가까운 축구 철학의 사고력 또한 빌드업 축구 경쟁력 강화에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무릇 지도자는 지도력 뿐만 아니라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만약 지도자가 리더십이 부족하면 선수와의 믿음과 신뢰 구축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빌드업 축구 완성도 원팀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골키퍼를 4명씩 선발하고도 나머지 3명의 선수를 경기에 단 1분도 출전시키지 않는다면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문화와 선수들의 심리 파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완성하여 한국 축구도 발전시키고 지도 역량도 인정받으며 지도자로서도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