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을 둘러싼 비자금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에 적발된 포스코 전ㆍ현직 임원과 협력ㆍ하청업체 대표들의 횡령ㆍ뒷돈 액수는 총 1500억원에 달한다. 공소장에 미처 적시되지 않은 비자금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포스코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지난 2009~2012년 사장 재직 시절 국내ㆍ외 사업장에서 하청업체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캐묻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이같이 마련한 돈을 그룹 ‘윗선’을 위한 비자금으로 상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포스코 계열사 및 협력ㆍ하청업체의 ‘검은돈’ 1485억여원을 토대로 비자금 ‘저수지’를 추적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결과 드러난 포스코건설 전ㆍ현직 임원들의 비리 관행은 윗선의 비자금 모금안에 따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임원진 일부의 개인 비리가 아니라 부패 ‘몸통’은 바로 그룹 수뇌부란 시각이다.
지난 15일 구속된 김모(63) 전 전무를 비롯해 앞서 구속기소된 토목환경사업본부 소속 임원 4명은 모두 영업비 명목으로 하청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모(52) 전 상무의 경우 베트남에서 하도급업체 흥우산업과 짜고 1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적게는 1억원부터 많게는 40억원까지 ‘부수입’을 올렸다.
포스코의 다른 계열사 비리도 그룹 윗선과 무관치 않다. 겉으로 드러난 횡령 액수가 수백억대에 달해, 수뇌부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검찰이 이번 주중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 예정인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과 구속 상태인 유영E&L의 이모(65) 대표는 2010~2012년 포스코플랜텍이 맡긴 이란 석유플랜트 공사대금 992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540억여원은 국내로 유입됐고, 나머지도 대부분 세화엠피 이란법인 SIGK 계좌에서 분산 인출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2009∼12년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외 사업장에서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금품을 상납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임원들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빼돌렸다는 의혹에도 정 전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3일 포스코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동안 포스코건설 베트남 공사 과정에서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전ㆍ현직 토목환경사업본부장들의 하청업체 뒷돈 수수 의혹을 수사해 왔다.
이날에도 검찰은 하청업체에서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포스코건설의 이모(57) 상무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상무는 2013년 ‘광양 칠선석 항만공사’와 ‘새만금방수제 동진4공구 건설공사’에 참여한 하청업체 3곳으로부터 공사 편의 청탁과 함께 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 상무를 포함해 4명의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64)씨와 흥우산업 부사장 우모(58)씨를 포함하면 이번 수사로 6명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하청업체로부터 각각 17억원과 11억원을 챙긴 혐의로 포스코건설 전직 상무 2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영장이 전부 발부되면 포스코건설 비리에 연루된 구속자는 총 10명이 된다.
한편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회장이 소환되면 2개월을 이어 온 포스코 관련 수사가 정점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