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우리금융지주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됨에 따라 인수합병(M&A)이나 증자 등을 통해 그룹 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2일 예금보험공사(예보)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15.13% 중 9.33%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분 매각 낙찰자로 선정된 곳은 유진PE(4%),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이다. 이로써 종전까지 우리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였던 예보는 5.80% 지분을 소유하게 되며 우리사주조합(9.80%), 국민연금(9.42%)에 이어 3대 주주로 내려왔다.
앞선 이달 초 우리금융지주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 등급법을 승인받으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3%포인트 개선,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 있는 길을 닦아 놓은 바 있으며,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도 지난달 초 "내년에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기존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 비은행 부문을 그룹의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9.8%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우리사주조합의 행보에도 관심이 몰린다. 우리사주조합은 단기 투자 이익이나 경영권 획득 보다는 책임 경영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77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초과했고, 예상보다 크게 낮은 대손비용이 실적 호조를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어떻게 이뤄졌나
우리금융지주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로 부실이 드러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 전신)과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금 등 5개 금융사를 묶어 2001년 3월 설립된 우리나라 첫 금융지주회사다.
정부는 1998년부터 이들 부실 금융회사를 모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2006년까지 공적자금 12조 8000억 원을 투입, 우리금융 지분 100%를 확보했다.
우리금융은 2002년 6월 증시에 상장하며 정부 보유 지분 11.8%를 매각했고, 공모와 블록세일(지분 대량 분산매각) 등을 통해 정부 지분을 조금씩 줄여갔다. 2010년 4월 네 번째 블록세일에 따라 정부 지분이 50%대로 축소되자 민영화 여건이 성숙했다는 판단이 나오며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같은 해 7월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의결했다.
2010년 10월을 시작으로 2011년 5월, 2012년 4월 세 차례에 걸쳐 매각 공고를 냈으나 민영화는 잇달아 무산됐다. 이후 자회사 등을 일괄 매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2013년 6월 금융위는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 증권, 우리은행 계열로 분리해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네 번째로 민영화를 시도했다.
이후 예보의 경남은행, 광주은행 지분 전량 매각을 시작으로 우리파이낸셜, 우리F&I,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아비바생명보험) 등 계열사들을 매각했다. 다만 경영권 지분 경쟁입찰에서 중국의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응찰하면서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2015년 7월엔 과점주주 방식을 도입, 예보 지분을 쪼개 여러 곳에 분산 매각하기로 하면서 2016년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7개 투자자가 29.7% 지분을 매입했으나 예보의 지분이 여전히 유지되며 완전 민영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위는 2019년 예보의 잔여 지분을 2022년까지 분할 매각하겠다고 발표했고, 올 9월 매각공고가 나오면서 시작된 우리금융 지분 인수전에는 18개 투자자가 참여해 흥행에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