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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내러티브 사라지지 않고 대중문화로 살아나 '에스파·오징어게임' 보라"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한국의 단절된 내러티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김상돈 작가가 말하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현재의 우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궁금해 졌다.
그는 네트워크가 단절된 이유에 대해 일본 압제 이후 해방 이후 진행된 근현대사 중, 오랜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군부독재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이 자유를 느끼는 개별존재가 아니라 국가의 어떤 사업에 동원되는, 그 과정에서 사우디 노동자 파견이나 월남전,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 등 집단 룰 속에서 살아 왔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넘어서면서 과거의 공동체 의식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식견이다.
김상돈 작가는 "새마을운동은 의식주 혁명이었기 때문에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서구화 돼야 된다는 갈망, 초가집에 아궁이에다가 나무 때우는 것보다는 가스레인지 들어오는 게 가장 중요했었다"며 시대의 흐름을 짚었다.
이 개혁 과정에서 '토템'(원시 사회 또는 현대의 일부 지역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이나 '무당'들이 내쫒아지고, 스스로 우리의 문화를 지워나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전남 진도의 장례식 풍습을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전남 진도의 장례식에는 '다시래기'라는 놀이를 한다. 여기서 동네 사람들은 땡중, 맹인, 임신한 부인으로 변장을 하고 역할극을 한다. 여기서 임신한 부인의 아이는 맹인이 아니라 중의 아이다. 맹인이 앞을 보지 못하는 중에 부인은 땡중과 껴앉고 즐거워 하며 맹인을 희롱한다. 그러다 아이 역할을 하는 인형이 나오는데, 이 인형을 상주에게 준다. 그 와중에 땡중과 맹인은 서로 자기 아이라며 싸운다. 그러면 상주는 "땡중 아이도 아니고, 맹인 아이도 아니고, 내 아이다"라고 외치며 끝난다.
김 작가는 이 역할극에 대해 "어떤 슬픔을 해석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에는 맥락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다시래기는 원래 '다시되기'다. 그러니까 그만 울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와 살아가자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이같은 공동체 문화가 사라져 감을 아쉬워했다.
물론 그도 이 과정에서 순기능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억압의 과정을 거치며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게 됐고, 공동체 내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게 됐으며.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연결되면서 SNS에 자신을 보여주며 '나 이렇게 대단해', '나 이런 거 먹었어', '나 이렇게 저게 예쁘게 생겼어'라고 말하고 싶어하게 됐고, 그것이 K-Culture, 즉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사람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관상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폰에서 후보정을 해 주는 것처럼.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개인, '페르소나'(가면을 쓴 인격)에 맞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성경이나 불교 경전에서 말하는 '너의 너를 믿어라'라든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든지 그런 말이 필요 없게 됐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가 1000개가 되면 거기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거다"라며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계속 충족시키기 위해 자기 현실이 아니라 비현실적 사회적 가면, '페르소나'만 부각되는거다. 속은 완전히 난민이고."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다른 측면에서 과거와의 단절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작가들의 네트워크가 상실됐다는 점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모더니즘을 받아들일 때 역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개인기만 받았다. 거기서 빠진 것이 프랑스의 살롱과 같은 것"이라며 "동양에서 작가는 천재가 아니다. 무당처럼 먼저 커뮤니티를 보호해주고, 형성해줘야 한다. 자기를 포기할수록 풍족해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안에 있는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여전히 똥 꿈이나 돼지꿈을 꾸면 좋게 여기는 것 등 우리의 DNA에 새겨진 것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예로 그는 아이돌인 '에스파'(aespa)나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들며 우리의 안에 있는 내러티브의 원형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그는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를 예로 들며) 깜짝 놀랐다. 세비지(savage, 에스파의 곡 제목이자 '야만'을 뜻한다), 그러니까 야만을 보여주는데, 야하지가 않다. 그게 포인트인 것 같다. 과거 여성들은 사회적인 어떤 선입견을 이용하는데, 여성들에게는 질투심을 유발하고, 미혼 남성들에게는 섹스 심벌로 이용되는데,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근대 이후 주어진 사회적 억압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과 빅브라더 이론(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이자 서로를 감시하는 감시망을 이용한 사회통제 수단)을 연결하며, 페르소나에 의한 억압을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이 우리들 안에 있으며 최근 드러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