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청도 소싸움을 보면 서로 싸움을 시키고, '이 소가 최고다' 이러잖아요. 기존 미술상이 그런 식이었다면, 안국미술상은 그런 개념이 아니어서 저는 너무 반가웠어요"
김상돈 작가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안국미술상'과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이 상은 저에게 작가라는 것이 혼자 그냥 잘났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보이지않는 공동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고로 안국미술상은 안국약품이 후원하고, 안국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상이다. 재단 설립 초기부터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시행한다는 모토 아래 대한민국 미술계에 힘을 보태기 위해 2018년 제정됐다.
이 상은 수상후보자의 선정 과정부터 특이하다. 공모형식이나 별도 추천인들에 의한 추천에 의해 받지 않으며, 기존 미술상들이 채택하고 있는 심사위원의 주관에 의한 임의추천도 받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국제비엔날레를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의 본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국적의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심사위원도 공모가 아닌 운영위원회를 통해 뽑는다. 즉, 거의 무작위로 선정해 공정성을 최대한 기한다.
김상돈 작가는 이 같은 방식에 상당한 호감을 표했다.
그는 "굉장히 큰 비약인데 노벨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도 이 상의 후보인 줄 몰랐다"며 "어떤 배경이라든가 그런 걸 다 덮어놓고, 그래서 진짜 어떤 작품들이, 어떤 작가가 가장 훌륭한 작가냐, 이거를 마치 '복면가왕'(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처럼 배경이나 그런 것 상관없이 진짜를 뽑겠다는 느낌으로 진행됐다. 그러니 되게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의 숨겨진 속뜻은 작가들끼리의 어떤 경쟁구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상의 내용을 들어보니 비엔날레 주제에 부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상을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이미 에르메스 미술상(2011년), 두산 연강상(2020년) 등 다양한 국내 비술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이들 상 모두가 올림픽 같은, 경쟁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이들 상도 중요한 가치가 있지만, 안국미술상은 차별화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안국미술상은) 이거야 말로 진짜, 어떤 문화적인 읽기가 되는, 그 주제랑 부함이 되는지를 읽겠다는 거다. 주제가 무엇이었으며, 그 주제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도 하고, 작가의 작업이 그 정도의 가치가 되는구나, 그래서 일종의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콘텍스트를 상향시키는구나, 그런 개념의 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한국 미술상도 신진 작가들을 후원하는 의미가 있다. 다만 그것은 별개 부분이고, (예를 들어) 화성에 가야 하는데, 연료가 없으면 지구 궤도만 돌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것을 밀어줘 멀리 갈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것이 안국미술상"이라며 "대중문화가 지금 우리(순수미술)을 넘어서고 있다. 영화 쪽 PD들이 원래 다 미대 쪽인데, 다 빼앗겼다. 저희는 지금 다 텅텅 비었다. 이렇게 경제도 없고, 비인기 종목에서 누가 평생 자기를 태우겠나. 이런 상황에서 안국약품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