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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다리가, 이준석은 자동차가 되어야..
정치

윤석열은 다리가, 이준석은 자동차가 되어야

공희준 기자 realsomebody55@gmail.com 입력 2021/12/08 00:21 수정 2021.12.08 18:05
[공희준 칼럼] 청년세대가 586 세대와 서태지 세대의 강을 건너려면

김종인은 인간 네잎 클로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돌아왔다.

김종인은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제도정치권에서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였다. 김종인을 중용하면 이겼고, 홀대하면 패했다. 2012년 대선의 박근혜와 2016년 총선의 문재인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오세훈은 김종인에게 전권을 부여해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반면, 2017년 대선 무렵의 안철수와 2020년 총선 당시의 황교안은 김종인과 마지못해 뜨뜻미지근하게 손을 잡았다가 스스로의 정치생명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익명의 윤핵관, 곧 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김종인을 멀리했다. 그러자 여론조사 지지율이 예외 없이 급락했다. 화들짝 놀란 윤석열이 ‘카놋사의 굴욕’이란 일각의 빈정거림을 무릅쓰고서 김종인에게 백기를 들자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줄곧 어수선하고 지리멸렬한 난맥상을 노출해온 윤석열의 선거운동 전반이 마치 마법처럼 비로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김종인이 메시지, 인물, 전략, 정책, 조직 등 캠페인의 제반 문제점을 일거에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정치권의 화타인지, 혹은 후보자와 그 참모들을 자연치유의 길로 인도해주는 걸어 다니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의 담지자인지는 정확히 판별하기가 불가능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유권자들의 인식에서 김종인은 승리를 가져오는 인물이고, 김종인으로 불리는 인간 네잎 클로버가 이번에는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아닌 제1야당 대권주자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김종인의 재등장이 윤석열에게는 드러내놓고 쾌재를 부를 호재이고, 그의 주요한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는 씁쓸하고 찜찜한 사건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김종인은 더는 홀로 출현하지 않는다. 김종인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바늘과 실처럼 2인조 프로젝트팀을 시나브로 구성한 모양새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김종인이 이준석의 노련한 소속사 사장님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어느 경우에는 이준석이 김종인의 젊은 로드매니저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계의 방식과 연결의 형태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요체는 김종인과 이준석이 국민의힘의 강력하고 위력적인 필승공식으로 정착된 세대연합의 상징이자 구심점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데 있다.

김종인-이준석 콤비와 윤핵관의 감정싸움은 흥미 위주로만 진단하면 짧게는 선거대책위원회의 주도권을, 길게는 정권 교체를 전제로 새로운 여권의 헤게모니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허나 심층적이고 구조적 맥락에서 파악한다면 몇 주간에 걸쳐 이판사판식으로 치열하게 전개된 양측의 쟁투는 한국사회의 중심적 갈등축이 지역주의에 있느냐, 아니면 세대간 불평등에 놓였느냐에 대한 본질적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수가 있다.

윤핵관들과 더불어민주당, 생각의 근본은 똑같다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구태 정치인들이 주축을 이루는 윤핵관들은 영호남의 대립으로 특징지어지는 전통적 지역구도를 맹종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종인과 이준석은 지역간의 불균형한 발전이 아니라, 세대 사이의 불평등한 자산과 소득과 기회와 권리의 분배가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가로막고 국민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방해하는 핵심적 모순이 되었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는 제20대 대선의 태풍의 눈으로 대두한 대다수 2030 세대 역시 전폭적으로 공감·동조하는 것으로 필자는 확신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꼬깔모자를 쓰고  '이제부터 95일, 단디하자'라고 적힌 A4 종이를 들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꼬깔모자를 쓰고 '이제부터 95일, 단디하자'라고 적힌 A4 종이를 들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이준석의 전일적 당내 리더십을 마침내 인정한 사태는 그가 케케묵은 지역연합에 더 이상 기대지 않고, 21세기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단층선을 더욱더 정교하게 반영하는 세대연합을 중시하는 전략에 과감히 입각해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음을 뜻한다.

시야를 여당으로 잠깐 돌리면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집단인 기득권 586 중진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한 지역구도에 의존해 대선에 임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 이재명을 대선주자로 선택한 결과야말로 더불어민주당이 재래의 지역구도에 여전히 안주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근거 겸 증빙자료라고 하겠다.

세월이 바뀌면 세상의 인심과 풍경도 나란히 바뀐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영남 후보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주류 세력의 예상과 달리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석연치 않게 패배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격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에 합류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상황에 특별한 반전이나 유의미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성싶다.

왜냐? 이재명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 세대로부터 기존의 소위 민주개혁진보진영 대선후보들과 다르게 폭발적 인기와 폭넓은 호응을 얻지 못하는 탓이다. 실은 이게 어디 이재명 혼자만의 책임이겠는가? MZ 세대로 호칭되는 청년층 유권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은 위선적인 내로남불을 일삼는 비호감 정당으로 이미 낙인찍힌 지 오래다.

그렇다고 이재명의 약세가 곧장 윤석열의 강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윤석열은 청년들에게 더 좋은 후보자가 아니다. 그저 이재명과 견주어 아주 조금 덜 싫은 후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또한 청년들에게 호감을 주는 정치인으로 갑자기 벼락출세(?)를 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인기가 없다고 하여 긍정적 기여까지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는 윤석열이 구시대의 막차나 새 시대의 첫차가 되겠다고 오지랖 넓게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 윤석열이 대선주자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586 세대란 오수와 서태지 세대라는 폐수가 혼탁하게 뒤섞여 흐르는 기득권의 강을 2030 미래세대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교량 노릇을 기꺼이 담당하는 것이다.

40대에 접어든 서태지 세대와 50대를 보내는 중인 586 세대는 남한사회의 부와 권력과 명예를 악착같이 독점한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기득권 세대로 진즉에 전락했다. 고연봉의 대기업 정규직과 편안한 공공부문에 주로 종사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임금을 만끽해온 이들은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 유일하게 경제적으로 더욱더 잘살게 된 세대들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묻지마’ 지지층의 본진인 586 세대와 서태지 세대는 자기들을 인생의 모든 목표를 일찌감치 포기한 N포 세대라고 자조하는 청년세대나 빈곤한 노후의 공포에 시달리는 노년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한마디로 등 따시고 배부른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땅값과 세금을 동시에 폭등시켜 대기업 정규직과 공공부분 종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통의 인민대중에게 집권 기간 내내 극심한 고통과 좌절감을 안겨준 문재인 정권의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총체적 국정파탄은 586 세대와 서태지 세대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임을 역설적으로 명징하게 확인시켜줬다. 586 세대의 기득권과 서태지 세대의 철밥통을 어떻게든 깨야만 한다는 데에서는 노인들과 청년들의 민심과 이해관계가 완벽히 일치하게 된 배경이다.

다리, 즉 교량은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세상을 움직이게 해주는 존재이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움직여나갈 진정한 주인공은 이준석 현상을 탄생시킨 2030 청년세대이다.

윤석열은 586 세대가 방류한 오수와 서태지 세대가 배출한 폐수로 가득 찬 기득권의 강을 청년들이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보살피고 보장해주는 넓고 튼튼한 다리 구실로 자신의 역사적 소임을 “한정적”으로 설정해야만 한다. 구시대의 막차 김종인과 새 시대의 첫차를 자임하는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요구한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윤석열 본인은 물론이고 그를 아직도 두루 에워싸고 있을지 모를 주변의 윤핵관들은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초대편집장,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공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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