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뉴스프리존] 김영만 기자= 한국전력공사 중부건설본부(이하 한국전력공사)가 광양세풍일반산업단지 인근에 추진하고 있는 154kV 광양항~율촌 T/L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사업은 2016년 154kV 백운~율촌 송전선로 건설공사 구간 중 초남~율촌 구간을 지중화로 설계토록 계획됐으나 지난 2월 지상화(송전탑)로 설계 변경해 광양시의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광양시는 주민 의견수렴이나 추후 발생할 사회적 갈등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송전선로 개발을 인가했다.
이 송전선로는 광양 동천과 서천 하천 생태의 건강성을 유지해 줄 수 있는 연안생태계의 관문인 초남 앞바다 세풍 저류지(철새도래지) 경계면에 개발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단 한 차례의 현지조사를 통해 송전선로 주변 1km 내 동식물 조사를 실시, 멸종위기 보호종인 삵과 수달 등이 조사됐지만 서식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조류는 최근 문헌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17종의 멸종위기 보호종이 조사됐다고 했지만 9월 20일 단 하루, 현지조사로 멸종위기 보호종이 조사되지 않았다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세풍 저류지는 인근 갈사만과 순천만을 잇는 철새들의 기착지로 연안 생태 보호에 중요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세풍산단과 초남산단 개발로 인해 연안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 곳은 최근 국립생태원(2018)과 국립생물자원관(2019)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 원앙, 큰고니 등 17종의 법정 보호종이 조사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철이면 인근 순천만에서 집단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흑두루미 등이 종종 관찰되기도 했다. 이곳에 수 십 미터 높이에 달하는 송전선로와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된다면 중대형 조류들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단법인 광양만녹색연합은 세풍발전협의회 환경 민원으로 2021년 12월 세풍 저류지를 조사한 결과 송전선로 NO.5 인근 600m 지점에서 천연기념물 제205-2호 이자, 멸종위기 법정 보호종 2급 노랑부리저어새 4마리를 확인했다. 다른 지점에서도 한 마리가 추가로 조사됐다.
노랑부리저어새는 1968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2012년 환경부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서·남해안에 200여 마리 정도 적은 수가 찾아온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주로 작은 물고기나 새우, 게, 수서곤충 등을 먹고 산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줄어든 주된 원인은 습지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한 먹이 감소다.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큰고니, 원앙 등 12월과 2월까지는 세풍 저류지에 중대형 멸종위기 보호종 들이 추가로 날아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와 관련해 광양만녹색연합은 “광양시는 주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합동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영산강유역환경청은 한국전력공사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광양만녹색연합은 “환경부는 현지조사 한 번으로 사업자측만의 입장만 우선으로 여기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하며 환경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양만권녹색연합은 이와 함께 “사업인가 기관인 광양시는 한국전력공사와 하루빨리 멸종위기 보호종 서식지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애써 이룬 지중화 사업의 의미조차 살피지 못한 안일한 행정적 태도에서 벗어나 합동조사를 통해 조사 결과에 따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광양시는 멸종위기 법정 보호종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 까지 송전선로 공사가 집행되지 않도록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NO.5와 NO.4 송전선로 개발을 멈추고 당초 계획했던 지중화 사업으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양만녹색연합은 또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전력공사의 일방적인 송전선로 개발로 인해 국토 곳곳이 평온했던 마을에 불신과 갈등을 유발시키며 급기야 마을공동체가 해체되는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더이상 개발이익만을 앞세워 지역사회를 지켜가야 할 마을주민들에게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