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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제20대 대선! “주4일제 성큼 도래 선결요건..
기획

[특집연재] 제20대 대선! “주4일제 성큼 도래 선결요건은”(16회)

頂上一 칼럼니스트 기자 rram0607@naver.com 입력 2021/12/11 15:39 수정 2021.12.11 15:48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할 시점
더 많은 시간 ‘가족과 건강, 자원봉사에 할애’

국가와 기업! 노동생산성 증가 산업재해 감소
온실가스 배출량 줄어 기후위기 새로운 해법

● 세계 각국의 ‘실증리포트’

2004년 한국 사회는 주5일제를 전격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주5일제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돼, 2011년 7월에야 20명 미만 사업체까지 적용됐다. 법정 노동시간이 40시간으로 줄었어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최대 주당 68시간까지 지 일할 수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결국 2018년 주52시간제가 도입돼, 최대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됐다.

덧붙이면, 우리의 연차휴가는 15일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평균 8일을 쓰는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OECD 선진국 대부분이 24~30일 연차휴가를 보장한다.

그럼에도 주5일제 도입의 성과는 분명 실증되었다.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도리어 증가했다. 해당 연구를 보면 주 5일제 도입 이후 노동시간은 주당 약 1.5시간, 전체의 3%인 월평균 약 6시간이 줄었고, 노동생산성은 5% 정도 상승했다. 일하는 시간에 집중도가 올라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의 2016년 또 다른 연구를 보면 주당 노동시간 1시간 감소로 산업재해가 8% 정도 줄었다.

우리 보다 앞선 덴마크, 스웨덴 등은 이미 주 4일제를 법제화했고, 최근 4년 동안 주 4일제를 시행한 아이슬란드의 결과에 여러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 국민 취업자 1%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한 것이다. 

2014년과 2019년 아이슬란드가 주 4일제를 경제활동인구 1%를 선정해 시범 도입한 결과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과 일과 삶의 균형 개선에서 긍정적인 내용을 확인했다. 시행 결과 직원의 신체와 정신적 고통이 해소되어 ‘이직·병가’의 감소 현상이 확인되었다. 남는 시간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초 주4일제를 전국적으로 실험하는 데 합의했다. 희망업체 200곳이 3년 동안 주4일제를 시험하고 손해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이다. “사업 첫 해에는 정부가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6일에서 주5일로 올 때도 준비하는데 4~5년, 시행하는데 8년 정도 걸렸으니 주4일제도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잘 준비해야 한다.
주6일에서 주5일로 올 때도 준비하는데 4~5년, 시행하는데 8년 정도 걸렸으니 주4일제도 장기적인 과제로 보고 잘 준비해야 한다.

2021년 4월 일본 자민당은 주4일 근무제 추진을 공식화했고,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코로나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원사에 재택근무와 주4일제를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21년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연례 경제정책지침에는 주4일 근무제 시행 권고가 담겼다.

● 국내외 ‘기업 생산성’ 대만족

주 4일제 도입으로 직원의 업무 만족도 뿐 아니라 기업의 성과도 향상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도 일찌감치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생산성과 임직원 근무 만족도를 향상시킨 기업이 있다. 바로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다. 2019년 6월 에듀윌은 ‘드림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더 쉬는 주 4일 근무 체계를 마련했다.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 근무한다. 쉬는 날은 직원들이 고른다. 금요일에 쉬는 직원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월요일, 수요일 순이다. 도입 초기에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개선해 현재는 에듀윌 대표 복지로 자리 잡았다.

2020년 6월 미국 인사관리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기업 23%가 온전한 주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1년 2월 미국 구직사이트 ‘지프리크루터’(ZipRecruiter)에 따르면, 주4일 근무를 내건 채용게시물 비율은 지난 3년 동안 3배로 늘었다.

뉴질랜드 부동산회사 ‘퍼페추얼가디언’(Perpetual Guardian)의 앤드루 반스 CEO는 일찌감치 주4일제를 실험한 뒤 아예 주4일제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2018년 240명 직원에 8주 동안 주4일제를 실험한 뒤 생산성은 향상되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급감한 것을 확인, 주4일제를 영구 정착시켰다. 반스 CEO는 “회사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 번창하고 있다. 직원은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건강, 자원봉사에 할애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2021년 12월 글로벌 소비재공룡 ‘유니레버’(unilever)는 뉴질랜드지사 전 직원 81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급여 삭감 없는 주4일제 실험에 돌입했다. 결과에 따라 세계 15만5000명 직원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정보기술(IT) 회사 ‘아윈’(Awin)도 2020년 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4일제 실험에서 실적, 직원 만족도, 고객 만족도가 모두 상승한 것을 확인해 2021년 1월부터는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아담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행복하고 소속감이 높고 균형 잡힌 근로자들이 더 많은 효율을 낸다고 굳게 믿는다. 직원들은 더 스마트하게 일하고 있어 생산성은 낮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 업체 소프트웨어 ‘델솔’(delsol)은 급여 삭감 없이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자 회사 실적이 개선됐다. 페드로 코르테스 델솔 마케팅 이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주 4일제를 시작하면서 매출은 20% 증가했고 인력을 15% 늘렸다. 대조적으로 결근은 크게 줄었고, 퇴사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한다.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기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도 주 4일제 근무를 시범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금융기업인 ‘미즈호 파이낸셜’(Mizuho Financial) 그룹은 약 4만5,000명의 직원에게 주 3일 또는 4일 근무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일본의 택배업체 ‘야마토’ 운수의 경우, 휴무일은 없으나 배송기사는 4일마다 교대하여 근무가 이뤄지므로 ‘주4일 근무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는 2020년 2,300명의 직원에게 금요일 휴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 일본 지사의 생산성은 40%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 기후위기의 ‘새로운 해법’ 

최근에는 주4일제가 기후 위기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코로나 이후 기업들이 사무실 업무 복귀 전략을 고심하는 가운데 주 4일 32시간 근무가 탄소 배출량을 20%이상 줄임으로써 기후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플랫폼 런던’(Platform London)은 2021년 5월 30일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의 환경 혜택’ 보고서에서 “영국이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연간 1억2,700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21.3%에 해당하고, 스위스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양이다. 또한 개인승용차 2700만대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효과라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 마냥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까? 

그렇다면 주 4일제 도입은 마냥 장밋빛 미래를 약속할까? 현재 우리의 실정은 주5일제에 주52시간 제도도 시행됐지만, 인력과 자본, 시스템이 부족한 50~300인 규모의 중소기업의 많은 노동자들은 아직 야근과 퇴근 후 재택근무에 매달린다.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주 4일제가 조기에 시행되려면, 야근과 주말근무부터 근절해야 한다. 

이처럼,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 등 공장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시간을 늘릴수록 수당이 붙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임금 삭감, 중소기업의 타격 등에 대한 맹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고 보완할 지에 대해 논의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4일제 시행의 또 다른 복병은 시급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나 비정규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돈을 더 버는 게 좋다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점점 확산되고 있는 이들 계층들은 주 4일제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시간과 인력을 재배치할 자유가 없는 하청업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도 함께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또한 제조나 고객 서비스 등 불가피하게 주5일제 근무를 이어가야 하는 직군에서는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 근무시간이 줄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노사간 합의’ 반드시 우선돼야 

4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가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급여 수준을, 경영진은 생산성을 유지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단축이 삶의 질 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임금 보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만 할 경우 임금이 하락하는 노동자가 많아질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임금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기본급이 적고 추가노동시 수당을 주는 구조는 장시간 노동을 유도한다. 수당 비중이 큰 임금구조를 바꿔야 한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저임금·중소기업은 주4일제 전환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세제 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을 권고한다. ‘교육·의료·주거’ 등 사회복지 보장제도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려야 조기 안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세계적 추세 ‘공론화의 장’

인간다운 삶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주4일제는 언제가 해야 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선 먼저 공론화의 장을 폭넓게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힘’이나 재계는 ‘시기상조’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휴식권 보장과 일자리 나눔은 전 세계적 추세라는 점에서 주4일제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노동시간이 줄면 일터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줄고, 집과 직장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줄며, 휴식‧운동‧지역사회 활동‧가족과의 시간을 포함한 ‘저탄소 활동’이 늘어 전반적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살폈듯 주4일제 확대 흐름은 일자리 나누기, 더 나은 삶의 질,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돌봄 확대와 가사노동 사회화 등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워라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동운동, 기후운동, 여성운동’의 삼각연대가 필요하다.

1948년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에는 일할 권리(23조)와 쉴 권리(24조)를 명시하고 있다. 합리적노동시간과 여가시간, 휴식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이제는 일이 삶을 압도한 사회를 벗어나,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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