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수급 불균형’ 해외자원 확보 경제충격 완화
‘선제적 다채널 공조체제’ 정상‧민간외교 총력전
● 한국의 ‘요소수’ 생생한 파동
오래 전부터 자원부국들은 자원을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자원의 전 세계적 수요 증대가 발생하고 자원부국의 수출 통제가 일어나면서 자원의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원 수출 및 수급 문제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인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자원국유화, 국영기업 우선배분, 조세부과, 수출 및 생산제한 등을 통해 자국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요소수’ 파동은 생생한 실례이다. 2021년 10월 15일, 중국이 한국으로의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파동이 일었다. 우리 정부는 중국, 베트남 등과 연계해 요소수 사태라는 시급한 불은 일단 진화했다.
요소수는 석탄에서 추출하는 암모니아가 핵심 원료다. 경유 차량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 주는 성분으로 경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질소산화물저감’ 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품이다.
많은 사람이 요소수를 디젤 차량 이용자가 수시로 사용하는 소모성 자재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구성품이 하나만 빠져도 차량 운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물류와 기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노출시켰다.
이런 뼈저린 교훈은 우리에게 선제적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긴박하게 일깨워줬다. 이제 제20대 행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상 간 자원외교로 큰 물꼬를 트고 장관급 협의, 각종 자원협력 위원회, 해외공관 등을 활용해 전략적 파트너로서 견고한 신뢰를 굳게 쌓아 나가야만 한다.
●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대반전
2019년 7월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핵심소재인 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국내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단행한 조치였다.
일본이 기초 소재를 공급하고 한국이 중간재와 부품으로 가공해 수출하면 중국이 완제품을 조립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이 공들여 다져온 공동번영체제에까지 위협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정치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맞대응한 셈이었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 규제 위기는 기회가 됐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파동 이후 우리는 주요 소부장 국산화에 속도를 냈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수출규제 3대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눈에 띄게 낮아졌고,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 경쟁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타격을 최소했다. 2019년 31.4%를 기록했던 100대 핵심 전략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2021년 1~5월 24.9%로 6.5%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소부장 수입국 다변화, 소부장특별법 전면 개편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기업들도 소부장 국산화에 나서는 등 정부 정책에 발맞췄다.
● 희소자원의 자원무기화 ‘성큼’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6%,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해외 의존형 자원 수급 구조로 인해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정세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자원이 국민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산업 내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생산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핵심 자원으로 떠오른 희귀금속을 들 수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4차 산업 시대의 필수 광물자원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 5가지를 꼽았다 이들 자원 모두가 희귀금속이다. 희유금속은 대체재가 없는 자원인 만큼, 그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우리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매장량 자체는 세계 곳곳에 적지 않지만, 광물이나 토양에 농축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극소량이 포함돼 있어 희토류라고 부른다. 열전도율이 높고 환경 변화에도 성질을 유지하는 항상성을 갖춰 반도체·LED·배터리·LCD·스마트폰 카메라 및 스피커 부품등 최첨단 전자산업과 최신 신무기 등에 두루 사용된다. 스마트 미사일·에이브럼스 탱크, F-35 스텔스 전투기 제조에도 엄청난 양의 희귀 금속이 필요하다.
또한 21세기의 황금 석유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도전에 직면하면서, 세계는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에 힘을 싣고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의 생산 중단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풍력발전기 터빈, 태양광발전기 패널에 쓰이는 희귀 금속 몸값도 껑충 뛰었다.
지난 시절 석유를 두고 이어지던 중동과 미국 간 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다수 희귀 금속의 생산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정부는 사실상 세계에서 독점적인 공급지위를 가지고 있는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할 가능성을 최근 거듭 시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무역관세 인상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생산의 일시적 중단과 수출 제한을 검토하는 등 ‘무기화’ 전략으로 맞받아쳐 양국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이미 2010년에 중국은 센카쿠 열도 분쟁 시,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를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의 전자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고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총리 특사를 파견하고 동시에 관방장관의 공개 사과로 갈등을 무마했다.
또한 일본은 중국에 당한 것을 생각하며 희토류 대체 자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하였고, 실제로 도요타는 희토류 사용 50%를 감소시킨 전기차 부품을 개발한바 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감행한 위의 사건은 자원을 전략적으로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자원은 유한성과 편재성 그리고 가변성을 갖고 있다. 자원의 무기화는 자원의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효한 압박수단으로 위력적으로 작용한다.
● 미중일 자원확보에 총력외교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외자원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다. 해외자원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단순히 금전관계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자원이 많은 국가와 오랫동안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가능하다.
부족한 자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외교전도 치열하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자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적극적 해외 자원개발 정책은 세계의 자원시장 질서를 단시간에 변화시켰으며 앞으로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정부 주요 인사들이 수차례 아프리카를 순방했고 상하이 협력기구,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등 다자간 협력 채널을 통해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초 ‘국가 에너지정책 개발그룹’을 구성하여 에너지 안전보장을 외교통상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미국·카자흐스탄, 미국·러시아 간 석유 및 천연가스에 관한 동맹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종합상사 등 민간기업을 총동원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해주는 대신 천연자원 독점 개발권을 해당국 정부로부터 사들이고 있다.
● 안정적 자원확보! 대체재 개발
한국은 자원에 대한 자체 생산량이 많이 없어 타국으로부터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때문에 자원을 이용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원의 무기화를 대비하고, 자원 수입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와 광물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서 에너지 및 광물 수급의 급격한 변화와 가격 상승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해법은 바로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게 되면 국제적 정세의 유동성에 따라 자원공급이 제한될 경우, 직‧간접적 자원 도입을 통해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자원수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해외자원개발은 국제수지 악화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자원개발은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도 흔들림 없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병행하여 필수 자원의 대체재 개발에도 힘껏 서둘러야 한다.
수입이 불가피한 재료는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분산효과’를 노려야 한다. 중요도가 높거나 조기에 개발이 가능한 것은 국산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에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4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메이저기업,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책은 자원외교를 통한 자원 확보다.
자원 확보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자원외교 환경 속에서 한국 자원외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상 및 고위급 외교를 통해 자원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민간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간의 더욱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자원보유국에 대한 협상력이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현지 인맥을 구축하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장기적인 안목의 노력과 전문성을 확보한 자원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장기적으로 민간기업의 참여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일곱째, 국가별 맞춤형 자원외교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