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 강조하며 시작한 2021년, 로보틱스·UAM·자율주행·수소 등 혁신 추진
코로나19 확산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출·영업익 증가 … 전통 내연기관 관련 조직과의 내부 갈등은 과제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올 한해 가장 혁신을 이뤄낸 중견 기업 그룹 중 하나가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물론 현대차그룹 외에도 많은 그룹들이 체질 개선에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가장 전통적인 기업이면서도 가장 혁신의 첨단에 서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혁신을 지휘하는 정의선 회장이 단 1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지난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1년 동안의 성과를 따라가며 내년 이후를 예측해 보았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월 14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지난 1월, 정의선 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대신한 이메일로 글로벌 그룹 임직원들에게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친환경 시장 지배력 확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그룹 사업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돼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며 절실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취임 이후 그의 행보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넘어 왔다. 우선 로보틱스,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연료 등으로 첨단화 했다. 특히 로보틱스와 관련,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지난해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M&A를 완료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도 웨어러블 로봇, AI(인공지능)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동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UAM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지난해 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UAM 이착륙장과 관련, 서울시를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 등과 신규시장을 열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지난 9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하고,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함께 2023년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은 현재 가장 구체적인 성과를 낸 분야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아이오닉 5, EV6, GV60를 차례로 출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전기차 분야의 경우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한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수소차 분야의 경우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를 올해 발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키로 하고 무인 장거리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 '트레일러 드론'과 100㎾급, 200㎾급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도 선보였다.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가 내연기관 중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대차는 동남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그랩, 인도 차량공유 업체인 레브, 미국 자율주행 업체 모셔널 등에 줄줄이 지분 투자를 해 오며 단순한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보도발표회에서 공개된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의 로보택시 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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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변화는 조직문화의 개선부터 이뤄지고 있다. 기업 역할의 창의적 변화는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는 정 회장은 사내 기업가 마인드와 개척자 정신을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강조해 왔다.
지난 17일 발표한 인사 발표도 개혁을 보여주고 있다. 총 203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하면서 이 중 30% 이상을 40대 젊은 피로 채웠고, 37%는 연구 개발직 부문에서 등용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ICT, 자율주행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를 승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변화를 시작하기에 지난 1년 동안의 국제 정세는 녹녹한 편이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결코 긍정적인 환경으로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혁신을 이뤄가는 것은 물론, 현대차·기아의 올해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10%를 상회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SUV와 고급차 판매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은 정의선 회장의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참고로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4분기 매출액와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각각 31조 1286억 원과 1조 96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56.4% 늘어난 수치다. 분기 매출 30조원대 회복과 동시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거대 기업으로서 자리를 잡은 현대차그룹에서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정몽구 회장 세대가 이뤄 놓은 토대 위에 무언가를 새롭게 쌓아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조직이 새로운 변화를 따라올 수 있느냐는 문제일 것"이라며 "이에 따라는 갈등을 슬기롭게 조절하는 것이 내년 이후의 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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