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 관리들이 사드(THAAD) 배치를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더니 급기야 한반도에 영구 배치할 수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종용기자]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지난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문제연구소(ICAS)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로즈 차관보는 다양한 계기에 '사드 배치설'을 흘려온 미국 측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이지만 이번엔 강도가 매우 셌다.
국제관계가 만고불변하는 것이 아닌데 남의 나라에 자기 무기를 영구히 쌓아 놓겠다는 일방주의적 발상이 놀랍다.
상대가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일개 차관보의 이런 무례함에 말 한 마디 못하는 현실은 더욱 안타깝다.
로즈 차관보의 발언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수중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사드로도 막지 못한다는 '사드 무용론'을 덮기 위한 고단수 대응이다.
물론 북한의 SLBM 개발은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드 도입 필요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드를 배치하더라도 북한 지상 발사 미사일에만 방어효과가 있을 뿐 SLBM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사드가 있으나 없으나 전력공백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인 셈.
그나마 지상 미사일은 사드가 없더라도 K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나 킬 체인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SLBM에는 완전 속수무책이다.
지금도 대응책이 전혀 없는 게 아닌데 사드까지 도입해 공연히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느니, 대책이 아예 없는 SLBM 방어에 투자하는 게 보다 나은 선택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군 일각에선 원자력 추진 잠수함(SSN)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3000톤급 차기 잠수함의 추진동력은 원자로를 사용해 잠항시간과 속력을 크게 늘리자는 것이다.
적 잠수함을 잠수함으로 막는 것은 창을 창끝으로 막는 것처럼 어려울 수 있지만, 원자력 잠수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군 관계자는 "이론상 무제한 잠수가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을 매복시켜 놨다가 SLBM을 탑재한 적 잠수함이 출항해 이상징후를 보일 시 곧바로 수장시켜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보유중인 디젤 잠수함은 가끔씩 물 위로 떠올라 공기 공급을 받아야 하지만 원자력 잠수함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은밀성이 보장되고, 혹 적 잠수함을 놓치더라도 빠른 속도로 추격해 격침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기술 개발과 연료 공급의 난점, 주변국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술적 측면에선 이미 10여년 전인 노무현 정부 초기에 비밀리에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추진했던 과거가 있는 만큼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주변국의 반대는 현재로선 넘기 힘든 벽이다.
연료 문제에선 최근 타결된 한미원자력협정의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농축 허용' 조항을 들어 일부 낙관론도 나오지만 이는 민수협정의 성격을 잘못 이해한 것이란 지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원자력 잠수함은 한미원자력협정과 상관없는 사안"이라면서 "미국에서 연료를 사다 쓸 수만 있다면, 이번 협정 때문에 원자력 잠수함을 만들거나 못 만들거나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장 큰 관건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반대 논리다.
하지만 북한의 SLBM 개발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원자력 잠수함 확보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북한 SLBM의 1차적 타격대상이 한국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생존권적 차원의 개발 명분을 갖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사드 1개 포대(2조원 육박)와 몇 년 뒤 해군이 도입할 3000톤급 디젤 잠수함 2척의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코 무리하지 않다.
사드를 도입(구매)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대해 원자력 잠수함 개발이 더 시급한 현안이라고 오히려 되받아쳐야 할 판이다.
미·일 신(新) 밀월관계 속에 군사력 팽창에 나서고 언젠가 미국의 통제권에서조차 벗어날 지 모르는 일본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우리의 '생존적'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된다.
기왕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고, 가능하다면 당당하게 큰 소리까지 칠 수는 없을까.
내 돈 쓰면서 생색도 못내는 약소국 신세는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관계 당국의 '창조 국방'을 성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