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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朴청와대 요청받고 판사 동향 파악”엘리트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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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朴청와대 요청받고 판사 동향 파악”엘리트 판사 대거 사표설에 어수선

임병용 기자 입력 2018/01/22 20:56 수정 2018.01.22 21:04
▲ 김명수 대법원장/대법원 제공

[뉴스프리존=임병용기자] 법원행정처가 사찰의 사령탑처럼 판사들의 독립을 해치는 일을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한 걸로 나온다. 22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후보자 추천’이란 제목의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의 내용 중 일부다.

대법원은 2016년 사법행정위원회를 통해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참여를 제도화하려 했다. 여기에 일부 판사가 비판적인 의견을 내자 행정처는 위원회에 추천할 판사 64명의 명단을 만들고 이들의 평판을 기록했다. 이 문건에는 ‘각 고등법원장이 이른바 왕당파로 불리는 법관(행정처 심의관, 수석부 배석판사 등) 위주로 위원을 추천하면 핵심(비판) 그룹에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가 노동자 2천6백여 명을 해고한 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물과 이에 대한 댓글이 잇따랐다.

이 같은 반발 분위기가 대법원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 박상옥 대법관 임명 제청까지 번져나가자 법원행정처가 맞대응에 나선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이 해당 커뮤니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해 카페 활동 자제를 요청하는 익명 글을 올리거나 카페 운영자에게는 친한 판사나 인척관계인 부장판사를 통해 스스로 카페를 폐쇄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불법을 포함한 비공식적 무차별 정보 수집도 서슴지 않았다. "비공식적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하면서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 등 신뢰할 수 있는 '거점법관'을 통해 각 법원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도 주시했다. 연구회가 지난해 3월 사법 독립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려하자 행정처는 ‘국제인권법 커뮤니티의 설립 목적에 반하는 주제’ ‘적극적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행정처가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기록했다.

사법부 정책을 비판하는 판사들의 여론도 감시 대상이었다. 특히 상고 법원이 대표적이었다. 행정처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연구회 탈퇴 이후에도 교류를 지속하면서 논의의 주축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러한 내부 반대가 외부로 표출될 경우 입법 추진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구체적 정보를 수집하고 핵심 그룹 상대로 직접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공식적 정보수집 사실이 알려질 경우 '법관 사찰' '재판 개입' 등 큰 반발이 예상된다며 철저한 보안유지까지 주문한다.

이처럼 폭넓고 구체적인 사찰이 이뤄진 정황이 추가조사위를 통해 확인되자 판사들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한 블랙리스트 운영 실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판사 개개인의 성향과 활동 내용도 기록했다. 2009∼2015년 법원 내부 게시판에 비판적 글을 올린 송모 판사를 두고 ‘전체 사법제도, 인사시스템 등에 관심 多(많다)’고 기록했다. ‘정세 판단에 밝은 전략가형’ ‘선동가, 아웃사이더 비평가 기질’이라고도 규정했다. 법원 내부는 물론 언론을 통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차모 판사는 프로필과 활동 내역을 문건으로 기록하고는 ‘사전 예방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행정처 경험 있는 부장판사를 통한 논리적 설득’이라는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조사위는 “이러한 문건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지는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정 연구회 회원인지, 핵심 그룹과 주변 그룹, 진보와 보수 등으로 법관을 분류하고 명단을 작성한 건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정 가치관을 지닌 법관을 배제하는 요소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각종 불법 사찰의 정황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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