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통신넷, 박정익, 이형노기자] 국토교통부의 5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주변 개발 확대 정책은 환경 보전보다 경제활성화를 우선시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역 개발로 성과를 홍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환경 보전을 위해 개발을 제한했던 지역의 규제를 경제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대폭 풀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야구장·캠핑장 등 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하고, 도시와 주변 농촌의 완충 지대인 ‘계획관리지역’에 공장 건립을 허용하는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또 그린벨트에 축사를 지어놓고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물류창고로 쓰는 것에 대해, 녹지를 조성하고 기부채납을 하는 대가로 면죄부를 주는 방안도 나왔다. 국토부는 KTX 수서역 일대 개발을 위해 주변의 그린벨트 60만㎡를 한꺼번에 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감사와 조사를 벌이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에 섬진강까지 추가한 5대강 주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규제 완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5대강 개발도 결국은 규제완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5대강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의 개발 요구도 한몫했다. 주민들의 투표로 뽑힌 지자체장은 강 주변에 공원과 위락시설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경우 선거에 유리하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가 국토부에 5대강 주변 개발 확대를 요청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여당 입장에서도 내년 4월에 치르는 총선 전에 개발 계획이 나오면 지역구 선거에서 성과를 내세우고, 4대강 사업으로 떨어진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5대강 주변의 복원지구를 해제해 그 일부를 친수지구(개발가능지역)로 바꾸는 작업은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내 완성된다.
환경단체들은 26일 “국무총리실에서 하는 4대강 사업 평가의 후속 조치를 마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2013년 4대강 사업의 재평가 작업을 하면서 물밑에서는 섬진강을 추가한 5대강 천변 개발 계획을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앞에서는 4대강 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매김하고, 뒤로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5대강의 친수지구를 대폭 늘린 마스터플랜을 그려가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 의원이 26일 공개한 정부·지자체 공문들을 보면, 2013년 5월 총리실에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다음달에 국토교통부는 국가하천 지구지정 세분화 착수 계획을 발표했다. 7월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다”고 3차 감사 결과를 내놓은 직후 국토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국가하천 지구지정 용역을 발주했고, 지자체들과도 협의를 시작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31일 5대강에 친수지구를 1.5배 늘리는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불과 8일 전 4대강 조사평가위가 4대강의 보 안전성과 생태공원 부실 문제 등을 지적했음에도 국토부는 5대강으로 넓힌 종합적인 천변 개발계획을 보고 받은 셈이다.
국토부는 2013년 7월부터 지금까지 비밀리에 5대강 친수지구 확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부와는 국토계획·환경계획에 대해 협의·자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4대강 조사평가위가 부실 판정을 내린 생태공원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 3월부터 뒤늦게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토부는 이날 경향신문의 ‘섬진강 포함된 5대강 사업 비밀리 추진, 친수지구 49%까지 확대’ 보도(5월26일자 1·2·3면)에 대해 복원지구 중 70%는 보전지구에, 30%만 친수지구에 포함시키는 초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고서상 섬진강 친수지구 면적이 경향신문 지적대로 63.2%가 아닌 6.32%라고 인정하면서 2016년부터 지구 선정 결과를 전국 하천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섬진강의 친수지구 면적이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정부 계획상 5대강 친수지구는 24.24%에서 37% 수준으로 1.5배 급증한다고 밝혔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복원지구는 국토부 지침에도 하천관리에 필요한 기본시설, 즉 안내 표지판·폐쇄회로TV 등만 설치토록 정해졌고 애초에 보전지구와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며 “낙동강 친수지구를 2배, 영산강·섬진강 친수지구를 4배 이상 늘리는 계획은 하천의 수질관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