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규진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이 ‘김희중 딜레마’에 빠졌다. 해명 기회 놓치면 여론 악화 우려와 해명해야 할 게 불어나는 걸 알면서도 검찰이 쥔 카드를 알 수 없는 만큼 공개 대응은 일단 자제하는 걸로 보인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대국민 담화에 나서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지금껏 이어졌던 기나긴 ‘레이스’의 결승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신호처럼 보였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가 최후의 반격을 위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어느 쪽으로든 결판이 나는 건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후 15년 최측근 김 전 제1부속실장이 특활비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침묵의 배경엔 '자승자박'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한 측근은 "일단 검찰의 다음 조치를 두고보자"고만 말했다. 김 전 부속실장은 1997년부터 이 전 대통령의 비서 역할을 한 최측근 인사다. 정두언 전 의원은 그를 가리켜 “MB의 그림자고, 분신이고, 걸어다니는 일정표”라고 표현했다.
그런 김 전 부속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서 ‘키맨’으로 부상했다. 김 전 부속실장이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자 정치보복 프레임은 힘을 잃었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이 전 대통령을 무조건 엄호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고민에 빠졌다. 김 전 부속실장을 ‘배신자’로 몰아세우자니 이 전 대통령의 비밀을 속속들이 아는 그의 메가톤급 추가 폭로가 걱정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계속 침묵을 지키자니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을 시인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근심 가득한 표정이다.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전직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와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는 게 부담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김 전 실장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특활비 의혹에다 다스 실소유 논란과 관련해서도 새 진술들이 이어지면서 해명 기회를 놓치면 여론만 악화할 것이란 관측도 야권 내부에 존재한다. 실제로 김 전 부속실장은 "검찰 수사가 워낙 탄탄하다"며 "이 전 대통령이 국민께 사과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정동기 전 민정수석과 강훈 전 법무비서관 등 측근들을 중심으로 법률팀을 꾸렸다. 테니스가 취미인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8강에 오른) 정현 선수의 쾌거가 평창올림픽을 앞둔 우리 선수들에게도 큰 용기와 힘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이에 따라 매주 월요일에 참모회의를 열어온 이 전 대통령이 내일은 추가 해명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