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살아있다!
[뉴스프리존=조경환 공간 콘텐츠 프로듀서]사진작가 김기찬(1938- 2005) 선생은 평생 골목길 풍경만 찍은 이였다.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그가 한국방송공사(KBS) 제작위원으로 재직할 때인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 당시 그의 '골목길의 풍경' 사진첩을 통해 서울 곳곳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과 서민들을 바라보는 그의 카메라 렌즈 속에 담겨 있는 따듯한 '인간애의 정서'에 깊은 감흥을 받았다.
평생 방송사 방송촬영의 업무를 하면서 서울 곳곳의 골목길 풍경만 묵묵히 찍어온 사진작가 김기찬은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갈수록 그가 남긴 사진첩 속 골목길의 풍경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 그리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가 그토록 담고 싶어 했던 골목은 지금에야 생각을 해보면 도시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골목을 영원히 남겨서 후대들에게 그 속에 담아져 있는 삶의 정취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그가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아파트공화국 그리고 단지문화라는 도시개발로 해서 과거 그 지역의 향토사와 함께 하는 골목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중심 시가지 활성화라는 목적 때문에 골목은 허물어지고 거기에는 백화점을 비롯한 상업시설 중심으로 개발이 되면서 원도심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잊지말아야할 것은 도시개발의 한계점과 더불어 도심의 천년일률적인 건설정책은 미래에는 그 도시의 매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특색이 없는 도시로서 전락을 해버리고 만다는 사실이다.
대구 중구 골목투어가 남다른 의미가 지닌 것, '시민문화운동'에 있다!
지역의 도시재생 콘텐츠로서 주목을 받는 대구 중구 근대 골목길이 있다. 중구 근대 골목길 투어는 청라언덕 선교사주택, 3.1 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 서상돈 고택, 뽕나무골목, 영남대로, 종로, 진('길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골목, 화교협회로 이어지는 2코스를 중심으로 한 골목투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대구 중구 골목 투어는 1코스 경상감영 달성길(3.25km, 탐방소요시간 2시간 30분), 2코스 근대문화골목(1.64km, 탐방소요시간 2시간), 3코스 패션한방길(2.65km, 탐방소요시간 2시간), 4코스 삼덕봉산문화길(4.95km, 탐방소요시간 2시간 50분), 5코스 남산 100년 향수길(2.12km, 탐방소요시간 1시간 40분) 등 전체 5코스로 지역의 이야기들을 구성하여 운영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접근성이 용이한 2코스가 관광객들에게는 탐방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지역 지리에 대한 교육적인 차원에서 유용하고, 외지인들에게는 사라져가는 근대의 모습들을 이곳을 대구 중구 통해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유익성이 높이 평가된다.
대구는 6.25 전쟁에도 피해가 적어 근대건축 유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과거 섬유산업 중심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대구에는 볼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근대건축 유산이 가장 많이 몰려있던 중구에서 지역의 정체성으로 이 지역유산과 함께 골목을 결합시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시민들에 의한 지역의 역사 문화 콘텐츠 발굴 및 공유라는 시민들에 의한 도심재생운동이 근간이 되서 이루어진다. 2001년 대구 YMCA에서 활동했던 대학생 10여명이 100여 일간 중구 약령시 주변의 골목을 탐방하면서 대구문화지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10월에 대구 YMCA 청년들과 대구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대구골목문화가이드북'을 발간한다.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의 지리 역사 바로 지켜보기라는 교육 가치를 가지고 근대골목길 투어를 시작되었다.
또한 그들에게 체계적으로 설명해줄 '골목문화해설사'를 2005년 5월부터 대구자원봉사센터 주관으로 양성하면서 본격적인 골목안내가 시작되었다. 시민중심의 '골목문화해설사'는 중구의 골목투어에서 탄탄한 지역 인적 자산으로 매김한다.
그리고 2007년 1월에는 거리문화시민연대가 2001년부터 시작된 이러한 성과를 집약해서 발간한 ‘대구 新택리지’를 통해, 대구 중구에 남아있는 총 64개의 근대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근대 골목길투어를 확산시켜나가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대구 시민단체의 청년들에 의한 일관된 노력에 의한 성과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영된 근대 골목길 투어는 '100년사 골목'으로 불리던 현재의 동산(청라언덕)과 계산동 이상화, 서상돈 고택 주변 중심으로 알려지면서 이제는 많은 국내, 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한국관광의 별이 되다'로 선정이 된 것이다. 지난 12년간의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대구의 청년들이 결실을 맺는 것이다.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古宅) 보존운동이 갖고 있는 큰 의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진 대구 태생의 민족시인 이상화 계산동 고택이 소방도로를 낸다는 이유로 허문다는 소식에 접한 이들이 지난 2002년 ‘민족시인 이상화고택보존운동본부’를 발족한다. 여러 경과를 거쳐서 2008년 이상택 고택은 보존과 함께 새롭게 단장을 해서 지역민들에게 공개를 한다.
당시 이 보존운동에 공동대표를 맡은 이가 현 대구 중구 윤순영 구청장(3선)이다. 구청장으로서 드물게 그녀는 예술기획사인 분도문화예술기획 대표를 역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이 관주도가 아닌 주도면밀하게 오래기간 동안 대구의 지역민들이 주도하여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향후 원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한 중구 근대 골목투어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그 정체성으로 자리 한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기타의 근대문화유산과 결합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되면서 중구의 근대 골목투어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갖춘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시인 이상화는 대구 중구 문원원천을 대표하는 근대의 자랑스러운 문학인으로서 그 이상화 자체가 상징적인 인물 콘텐츠로 부각하고 있다. 중구의 향촌문화원이나 대구 들안길 시화거리 등 어디를 가도 '이상화'는 도시의 문화 콘텐츠 상징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이상화 고택 주변은 옆에 있던 서상돈 고택도 근대문화체험관으로 단장한 ‘계산예가’와 함께 근대골목 투어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이렇게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성과는 얼핏 '우연' 같지만 '필연'이라는 준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구 중구가 오랫동안 지속해왔던 골목길에 대한 민간단체들의 노력들은 지차체인 중구청에 의해서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상장소 문화공간화사업_ 대구 근대문화골목 역사경관조성사업’을 유치, 동산동에서 계산동까지 생활공간을 도시경관 디자인 통해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또한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중구 종로, 진골목, 장관동 가로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었다.
대구 중구 약전골목을 지나 종로로 가는 방향 동아백화점 주차장 도로위에 있는 김원일 소설 '마당 깊은 집' 을 형상화한 조각 '엄마의 마음'(조작가 이현우 작품)이 있다. 이 조각은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에서 주인공 길남이의 엄마가 막내 길수를 업고 신문배달 하러간 길남이를 기다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머니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대구 장관동의 '마당 깊은 집'에 피난살이 셋방을 살며 월북한 아버지를 대신해 삯바느질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대구 중구 가로환경개선사업은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골목지도를 통해 스토리투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단히 섬세한 구성이다. 아직 소설 속 '마당 깊은 집'을 재현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이나, 이것이 이루어지면 외지인들에게는 흥미진진한 6.25 당시 대구의 이야기꺼리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창의적인 도시는 지속발전한다
일본 요코하마 ‘창조도시' 초기 프로젝트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토론토대학 로트만 경영대학 교수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가 2만7천명 이상의 설문과 회답을 통한 '거주지와 행복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주요 카테고리로 집약이 된다.
우선 치안과 경제적인 안정, 공공 서비스가 원활함, 도시 지도자의 자질과 실행력, 도시의 유연성과 개방성, 경관, 쾌적성, 문화적인 환경과 같은 도시의 미적 감각 으로 구분되어진다.
그에 의하면 오늘날 도시를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인간의 창조력이며, 창조력을 갖춘 도시야말로 지속 발전하는 도시의 기능을 갖게 된다고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주역을 창조계급이라고 했다. 창조계급에 의해 활기찬 도시를 만들어내면 지역사회 또한 그 근간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만들어진다.
이 도시에 계속 살고 싶다는 정주의식을 갖고, 그 도시의 원천인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치안이 좋고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쓰레기 등이 적고 청결하고, 의료기관이 충분히 있으며, 도시의 상징하는 것이 있으며, 생활에 있어 유용한 공공시설과 공공교통기관이 충분하고, 도시에서의 이벤트 및 행사 등이 풍성해서 이러한 도시를 걷는 것 자체기 즐겁다는 것이다. 이런 도시에는 관광객들이 몰리고 그들은 그곳을 즐길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진다. 도시 속에 이러한 문화관련 콘텐츠를 연계시키는 것은 지역의 공동체 의식과 애향심, 정주의식(定住意識)의 함양, 관광 및 고용의 경제효과, 대외적인 도시 이미지의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近者說遠者來(근자열원자래),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
최근에 들어 ‘집단지성’ 이라는 것을 자주 얘기를 한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통합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체 집단지성의 힘이 더 많은 것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통합된 능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것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한 사람의 구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필요하지만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집단이 갖고 있는 지혜의 힘이다.
이러한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역민들의 지혜의 힘을 '집단지성'이라 한다. 그리고 ‘문화자원’이라는 것이 있다. 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특정 지역의 유, 무형적인 자원을 뜻한다. 이러한 지역의 문화자원은 지역성과 전통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역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차별화된 문화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문화자원’과 실행력인 갖춘 지역의 ‘집단지성’이 결합하면 ‘지역문화’는 엄청난 문화 콘텐츠를 갖춘 ‘지역의 물적, 인적 문화자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것이 결합이 되면 그 도시는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갖춘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이러한 도시를 만드는 창조계급은 바로 대구 중구의 '골목문화해설사'와도 같은 이들이 이끌어가는 바로 지역민들이 그 중심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들이 즐겁게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이타심(利他心)을 가진 오피니언 리더들이 다수 존재할 때 그 도시의 창조지수는 더 높아지는 것이다. 近者說遠者來(근자열원자래)이다.
* 다음 연재는 대구 중구의 '역사 문화콘텐츠, 이야기원천과 풀어가기'로 이어진다.
필자는 한국 최초 박람회 전문회사 ‘영지도스(東通)’ 프로듀서, 두산동아(동아출판사) 케이블 TV DSN 편성팀장, 두산그룹 연강홀(현 두산아트센터) 극장장, 국립극장 기획팀장, 영화주간지 시네버스 편집장 그리고 인천부평아트센터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재단법인 과천축제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일본대학 예술연구소 객원연구원, 서일대 연극영화과, 한성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부, 한성대대학원 겸임교수, 청운대 공연기획경영학과 겸임교수, 중앙대 디지털영화아카데미 초빙교수, 국립강원대학교 인문대학 겸임교수, 청운대 산업대학(인천) 초빙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문학부 문화콘텐츠학과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또한 세종시 문화시설배치 자문위원, 인천 펜타포트축제 기획 자문위원, 한국관광공사 한류공연 지원 심의위원, 한국문화기획자협회 회장, 한국예술경영인협회 이사, 인천아시아패럴림픽대회 문화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그 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및 상장을 수여받았다.
주된 활동 분야는 공간운영 콘텐츠와 공연기획 및 문화정책, 지역기반 축제의 활성화, 예술경영전략, 지역 특성화 문화콘텐츠 개발이다. 특히 공연 문화 및 지역축제를 통한 지역의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