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노승현 기자]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우리 곁에서 시와 노래가 된 동해안의 전설, 명태. ‘한국인의 밥상’에서 겨울 추위가 누구보다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원조 국민 생선, 명태 맛의 진수를 만난다.
■ 겨울 해풍에 명태가 마르는 시간 - 묵호 북어 덕장
한때 명태잡이들이 몰려들었던 동해 묵호항. 그곳에는 겨울이 되면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명태를 말리는 사람들이 있다. 명태를 두 마리씩 꿰어 덕에 걸다 보면, 묵호 사람들은 추위도 잊은 채로 뜨거운 겨울을 보낸다.
바람에 바짝 말린 북어를 방망이로 두드려 부드럽게 만든 후 잘게 찢어 만든 북어채무침은 아들의 밥반찬으로,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함께 끓여낸 담백한 감자북엇국 한 그릇은 며느리의 건강식이 된다. 명태 할복을 할 때면 나오는 귀한 신분인 명란과 창난, 아가미로 담근 젓갈은 밥도둑으로, 이리로 만드는 이리김치전은 고소한 맛에 명태 할복 작업하는 어머님들이 즐겨 먹는 음식. 북어 껍질을 굳혀 만든 북어껍질편육도 어머님들만 아는 별미였다.
껍질부터 속까지 모든 것이 음식이 되는 명태, 바닷바람 맞아가며 맛이 깊어지는 북어와 평생을 함께한 묵호 덕장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다.
■ 명태 양식 성공! - 명태잡이의 추억이 담긴 노래와 음식
어느 날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명태가 살아 돌아왔다. 명태 복원 프로젝트로 명태 양식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대량 방류를 하면서 명태 귀환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었다. 명태가 흔해 지나가던 동네 사람에게 그냥 줬을 만큼 명태가 많이 났던 그때를 기억하는 곳, 고성 거진항. 바다를 누비며 명태를 잡던 추억이 생생한 어부들은 그 시절 부르던 노동요로 명태의 귀환을 바라고 있다.
일 할 시간도 모자랐던 배 위에서 끓여 먹던 털레기는 오랜만에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눈에 좋고 몸에도 좋다고 해 약으로도 쓰였다던 명태 애 기름을 짜던 애공장은 사라졌지만, 그 냄새는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명태만큼 많이 나오던 이리를 다 먹지 못할 때는 말려두었다가 끓인 건이리무왁저지는 고성 사람들은 자주 먹던 음식이었다고. 명태의 귀환을 바라는 고성 사람들은 오늘도 명태 잡는 소리를 지키며 명태를 그린다.
■ 이름만큼 다양한 명태 음식 - 전통부터 퓨전까지
과거에는 이름이 없어 무명어(無名魚)라 불렸던 명태. 지금은 명태 고유의 담백한 맛으로 우리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국민 생선이 되었다. 본래 맛이 순한 명태는 어디에나 어울려 다양한 조리법이 전해진다.
북어 껍질 안에 소를 채워 만든 북어껍질전을 넣어 끓인 어글탕은 껍질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어란과 튀긴 명태 살을 얹어 만든 이색적인 모습의 명태카나페는 지금도 새롭게 변신하고 있는 명태를 보여준다. 어글탕부터 명태카나페까지, 강릉에서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송분선 씨와 전통과 퓨전이 어우러진 정갈한 명태 음식 한 상을 만난다.
■ 혹한의 추위가 선물한 겨울 진미 - 진부령 황태덕장
진부령 해발 600m, 이곳에는 눈을 맞아가며 속이 노랗게 변하는 황태 덕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릴 때가 황태 덕장 사람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 극한의 추위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속이 포슬포슬하게 되면 황태가 본연의 맛을 낸다.
진부령에서 반평생 넘게 황태를 말려온 아버지 덕에 황태 가족이 되었다는 라흥수 씨도 어느덧 황태의 달인. 황태로만 끓여 먹던 황태해장국은 그 시절 추위에 일하던 아버지에게 시원한 속풀이 음식이었고, 이제 사골까지 더한 황태사골해장국은 추위도 잊게 할 가족의 보양 음식이 되었다.
솜씨가 좋은 누나, 라정수 씨의 손맛이 황태와 만나면 맛있는 황태양념구이가 되어 식탁에 오르고, 황태강정이 되어 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하늘이 돕고 사람이 도와야 만들어지는 황태는 오늘도 진부령 가장 높은 곳에서 익어가고 있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25일 저녁 7시 3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