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규진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제 소유주라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통화 녹음 파일에서는 다스 측이 특검의 수사를 앞두고 중요한 문서들 조직적으로 없애려고 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태블릿 PC’ 같은 결정적 물증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통화에서 당시 핵심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땅속에 묻었다"고 했는데 구덩이를 판 구체적인 방법과 위치까지 나왔다.
2008년 당시 총무부장으로 근무했던 다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신이 증거 인멸에 가담한 사실을 털어놨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려면 이면계약이 존재하거나 자금흐름 등 객관적 사실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직접 증거는 사실상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사실들을 차곡차곡 수집하고 있다. 다스 설립과정에 이 전 대통령 자금이 투입됐는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인사에 관여했는지, 대통령 재직 시에도 다스 경영에 과도하게 신경 썼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다스 부장급을 중심으로 중요한 문서들을 없앴다는 것이다. 구덩이를 파서 관련 자료를 넣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한다. 다스 설립과 운영에 MB가 관여했다는 진술은 쏟아지고 있다. 다스 설립 과정과 관련해선 다스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 초기부터 실무를 도맡은 김성우 전 사장 진술이 유의미하다. 김 전 사장은 최근 “MB가 다스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에 관여했다”며 과거 검찰과 정호영 특별수사팀 수사 당시 진술했던 내용이 거짓이라는 자수서(自首書)를 제출했다. 그러자 또 다른 다스 관계자는 2008년 정호영 특검 직전 이야기를 꺼낸다.
올 들어 잇따라 공개된 녹취파일도 이 전 대통령 부자가 사실상 다스를 지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외조카 김동혁씨가 “다스가 BBK로부터 돌려받은 140억원을 ‘영감’이 시형씨를 통해 달라고 했다”고 발언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이상은 회장(이 전 대통령의 큰형)도 나도 희생했다”는 이동형 다스 부사장의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된지 이틀 만이다. ‘영감’은 이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스 경영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다스 관계자들의 녹음파일 800여개도 검찰이 주목하는 자료다. 녹음파일에는 이상은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시형이(MB 아들)는 지금 MB 믿고 회사 자기 것이라고 회사에서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 “시형이 쪽에서는 나를 없애고 싶지. 타격을 줘야 회장님(이상은 다스 회장)도 순수히 말을 들을까 싶지” 등 MB를 실소유주로 의식하는 듯한 말들이 나온다. 최근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 부사장이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당연히 저희 아버님(이상은 회장)이 지분이 있으니까 그렇게(이 회장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는 비교되는 발언이다.
검찰 또한 총 800여 개의 녹취파일을 확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사 관계자는 “다스 관계자의 녹취를 모두 다 확보해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이 전 대통령 큰누나의 아들인 김동혁씨와 다스 관계자 간 대화 내용도 관심을 끌고 있다.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140억이 이상○(청취 불능) 그리 갔잖아”라며 “그래 갖고는 몇 년 전에 ‘영감’이 시형이 보고 달라 그래 가지고 그래 된 거야. 시형이가 이상은씨 보고 ‘내놓으시오’ 그랬더니 ‘난 모른다. 동형이가 안다’ 이래 된 거야”라고 말했다. 시형씨가 ‘영감’의 지시를 받아 큰아버지 이상은 회장과 이 회장 아들인 이동형 부사장에게 140억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영감’이 이 전 대통령이라고 가정하면 다스가 140억원을 BBK에 투자했다가 돌려받는 과정에 김재수 전 LA 총영사와 청와대 등 정부기관이 동원됐다는 의혹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