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방송내용정리 이규진기자]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펼쳐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됐다.이로써 한국은 하계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대회, 그리고 동계올림픽까지 세계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유치하게 된 나라가 됐다. 이명박 정권 당시, 세차례의 도전 끝에 결국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정권이 아닌 평창 군민들과 강원도민들의 노력, 대한민국 국민들의 염원이 함께 이뤄낸 역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도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게 되면서 지난해까지 위태로와 보이던 한반도 전쟁 위험은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단절됐던 북한과의 대화를 이뤄내 궁극적으로는 북핵 해결까지 이뤄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평창동계올림픽은 그만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북미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국가가 하나 둘 생겨났던 것을 기억할 때,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고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의 방남으로 마련된 긴장 완화는 세계인의 축제를 축제답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해도 모자를 판에 정치권에서는 정치권대로,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사회단체대로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생기면서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먼저 정치권을 보자면 지금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자신들이 집권했던 이명박 정권시절,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서 정부는 물론 의원들 개개인까지 올림픽 홍보를 위해 온갖 미사여구와 활동을 했던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의 최근 모습은 과연 대한민국의 정당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부르면서 평창군민들은 물론 강원도민과 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 멍을 들게 하는 모습은 아무리 정당이 틀리다고는 하지만 이해될 수 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백 번 양보해서 야당의 입장이려니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이 도를 지나쳤고 사회적인 갈등, 다시 말해 남남갈등까지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일례로 나경원 의원이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 서한을 IOC에 보낸다든지 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회담은 북한에 부화뇌동하는 꼴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것은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란 되물음을 할 수 밖에 없다.
북핵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를 향해 도박을 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동의하는 대한민국 정당이나 국민은 없다. 하지만 대화없이 북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유한국당은 ‘제재와 압박’ 만으로 될 수 있다고 답할 것인가?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에서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어설픈 남북회담은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부화뇌동하며 말려드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남남갈등과 한미갈등을 유발하려는 북한의 책략에 결코 놀아나서는 안 된다"며 "안보 현실이 엄중한 이 시점에 굳이 남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면 주된 안건은 반드시 북핵 폐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와 협상은 북핵 완성을 위한 시간 끌기에 협조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대화 구걸이 북한의 핵 완성을 도와주는 것임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주장도 일견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지난 해까지 북미간 전쟁의 위험성을 이고 살았던 우리의 입장에서 계속 긴장 국면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다. 한국당 등 야당의 주장이 일리 있는 것은 그동안 북한 정권이 우리에게 평화의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뒤로는 북핵 개발에 열중하고 신무기 개발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한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고자 하는 북 측의 의도와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미 현 정부나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미간 전쟁을 막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전쟁이 한반도에서 펼쳐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보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미국에서 북한을 폭격하고 북한이 보복으로 핵이 아니라도 셀 수 없는 양의 장사정포를 서울이나 대전 등 도심으로 쏴 붙인다면 최소 30만에서 최대 150만명의 인명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는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던지 간에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고 단절됐던 남북간 회담에 참석하려 한다면 그 의도는 조심하되, 대화에 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는 한국당의 모습은 이런 면에서 전혀 타당하지가 않은 것이다.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해도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어떻게 포기가 될 것인가? 한국당의 주장대로 미국과 공조해서 계속된 제재와 압박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말고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급하지 않게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현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조급증으로는 절대 북핵 해결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북한 예술단, 응원단,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마냥 반대하는 일명 태극기 부대 회원들도 조금 대국적인 면에서 그들을 포용했으면 한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김정은 초상화와 인공기를 불태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평창올림픽이 실패하길 바라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행동은 결국 국가에 ‘마이너스’밖에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국인은 태극기 부대의 모습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세계에서 올림픽을 보러 오고 방송하는 상황에서 저런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은 있어왔고, 그들의 방남 전후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봤기 때문에 이전 방문을 보고 예전처럼 열광하지는 않고 있다.
태극기 부대의 걱정처럼 남한 사람들이 북측 예술단의 모습에 반하거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정세를 볼 줄 알고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여느 정치인들에 뒤지지 않는 통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7일간 대한민국 평창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차분히, 그러나 열심히 응원하면서 세계인의 축제를 함께 즐기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의 개최로 시작된 남북 교류가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고, 이것이 북핵의 폐기와 종국에는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