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유병수기자]오는 6월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홍준표 대표 개인에게도 정치적 운명이 갈릴 결정적 선거다. 홍 대표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14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개헌, 바른미래당, 최순실 재판 등 다양한 이슈가 언급됐다.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13일 출범대회를 연 바른미래당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바른미래당과의 연대에 대해 홍 대표는 “우리는 한나라당 이래 우리 힘으로 선거를 치뤘지, 연대를 한 적이 없다”며 “그게 우리당의 지켜온 역사”라며 바른미래당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다. 13일 바른미래당 출범대회에 화관을 보내지 않았다는 기자의 언급에 홍 대표는 “(바른미래당은) 남가일몽, 일장춘몽(모두 한바탕의 꿈이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를 자신의 정치적 운명과 엮어 놓은 건 홍 대표 스스로다. 홍대표는 일찌감치 '광역단체장 6곳 확보'를 승리의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왔다. 승리의 기준으로 제기된 6곳은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 그리고 인천 등 현재 한국당이 광역단체장을 점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어서 홍 대표가 6월 지방선거에서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선거 결과를 자신에 대한 재신임 여부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남지사 선거에 당 대표직을 사실상 걸고 총력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목표를 "6 플러스 알파"(6곳 이상의 광역단체장선거 승리)라고 규정하며 "(경남지사 선거에) 나가는 후보는 홍준표 재신임을 물을 만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17일 현재 지방선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 판단의 근거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트렌드는 '6곳+알파(α)'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 대표는 "윤 의원은 내가 4년 4개월 간 (경남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3년을 함께 했다. 업적 평가는 공동 책임이다"라고 윤 의원에게 무게를 실었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지지계층이 응한 여론조사의 수치로 선거 결과를 판단하면 안 된다"라며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보다 한국당 지지율이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거론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선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의 한 사람”이라고 영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종로에서 실족을 했다고 정치생명이 끝난 게 아니며, 한국당을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분”이라며 “곧 한국당에 입당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선거 국면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쟁점화하며 '정권심판론'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면 승리를 공언한 6곳뿐 아니라 그 이상의 성과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후보자 결정을 위한 당내 경선 실시 기준으로 "다자구도에서 최소 10% 이상의 지지율 확보가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군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이상을 얻는 후보들에 한해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승리 지역이 6곳 이상이 되면 홍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당 안팎의 강력한 반발에도 인적 청산 등 당 혁신을 밀어붙인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보수 재건'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년 뒤인 2020년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도 홍 대표의 운신의 폭이 확보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홍 대표가 또다시 대권을 노려볼 수 있는 교두보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홍 대표는 '관제 여론조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치가 이어져 왔다. 홍 대표는 이어 "북한 핵과 인권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좌파 세력, 주사파에 의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김정일이 정상회담을 조건으로 북핵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용인 할 수 없다고 해서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북한이 참가한 평창 올림픽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북한 핵무기와 인권상황을 염려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앞장서서 북한 변호인을 자처하고 있다"며 "세계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평창 올림픽을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어 놨다"고 주장했다. '참패'라는 지방선거 성적표가 나올 경우 1년 이상 임기를 남겨놓은 홍 대표로서는 공언대로 정치적 결단을 고심해야 한다.
홍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본인도 이 같은 상황 전개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달 연찬회에서 "지방선거가 끝나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 대표는 6월 개헌론에 대해선 "개헌을 여야 합의 없이 한다는 것은 유신헌법, 5공 헌법 뿐"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자유한국당 개헌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라는 게 공식적인 해석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반기를 들려는 비홍 세력에 보낸 경고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