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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경기 맞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얼룩지게 만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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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경기 맞아?’ 평창동계올림픽을 얼룩지게 만든 여자 팀추월 논란

이규진 기자 입력 2018/02/21 18:48 수정 2018.02.21 20:18
(방송)이슈브리핑9회, 한국 선수들이 보여 준 ‘왕따’ 모습은 TV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되면서 국민들을 허탈케해

지난 19일 벌어졌던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팀워크는 그야말로 ‘X망신’이라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실력차이라 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한국 선수들이 보여 준 ‘왕따’ 모습은 TV와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되면서 국민들을 허탈케 만들었다. 김보름, 박지우 선수는 마치 팀추월 경기가 아닌 개인 추월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뒤처진 노선영 선수를 나몰라하듯 하면서 결승선으로 들어왔다.팀추월은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경기인데, 이들이 펼친 경기는 마치 개인전과 같은 모습이었다.이날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김보름.박지우.노선영 선수는 3분03초76의 기록을 세우며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이 무산됐다.문제는 경기에서 보여준 ‘황당한’ 모습이었는데, 김보름.박지우 선수는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노선영 선수를 뒤로 멀찌감치 떨어트리고 자신들만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다.한 팀으로서 레이스를 펼치는 팀추월 종목이 개인 레이스로 변질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앞서 펼쳐진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뒤쳐진 선수를 밀어주며 함께 레이스를 펼친 것과 비교하면 관중들과 시청자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든 어이없는 것이었다.김보름.박지우.노선영 선수는 레이스 중반까지 나란히 달렸으나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김보름과 박지우는 앞서 간 반면 노선영은 점점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팀추월 특성상 뒤로 쳐진 선수를 밀어주며 함께 달려야 했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먼저 앞서나가기 바빴고, 결국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3초 뒤 노선영이 골인했다.

경기 후도 문제였다. 노선영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 반면, 김보름과 박지우는 이를 외면하고 둘만이 대화를 나누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김보름은 "저희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팀추월 연습을 많이 했다. 중간까지는 잘 타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격차가 벌어지면서 아쉬운 기록이 나왔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아쉽긴 한데 앞쪽은 14초대가 나왔다"고 말하며 기록에만 초점을 맞췄고, 뒤쳐진 노선영 선수의 탓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던졌다. 박지우 또한, 마찬가지의 인터뷰를 하면서 웃기도 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런 모습들은 많은 국민들을 실망케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여기에 같은 스피드 스케이팅 동료인 장수지(21.상주시청) 선수가 SNS에 “애꿎은 선수들한테 뭐라하네 경기장에서 선수들 집중도 못하게 소리나 지르고 그게 응원인가 방해수준이다”며 “어디 무서워서 국대하겠냐. 그냥 손가락 묶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응원해라”고 김보름.박지우를 비호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들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물론 장지수는 자신의 글을 내리며 사과를 표명하긴 했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벌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두 선수와 빙상연맹 감사를 청구하는 글에 동의가 36만 건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청원사상 최단기간을 기록한 것이다.빙상계의 파벌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날 보여준 빙상의 본 모습은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추악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20일 오후, 전날 벌어졌던 여자 팀추월 경기 논란에 대해 백철기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날 백 감독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보름 선수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내용을 분석해 보면, 결국 노선영 선수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어서 국민들을 또 한 번 허탈하게 만들었다.백 감독은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팀 추월 남은 경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선수단 모두 고민에 빠졌다”라고 말하고 노선영이 뒤에 처진 배경에 대해 언급하며 노선영 책임론을 거론했다.그러면서 “원래 마지막 바퀴 노선영의 위치는 두 번째였다”라며 “세 선수 모두 4강 진출에 관한 집념이 강했고 몸도 좋았다.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운데에 묻히면 그 순간 속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선영이가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자청했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걱정이 됐지만, (노)선영이가 책임지고 뛰겠다고 하더라. 원래 작전을 밀어붙이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고 말해 체력이 떨어진 노선영 탓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원래 이날 기자회견은 김보름.박지우.노선영 선수 모두 참석하기로 했으나 백 감독에 따르면 박지우는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노선영은 ‘감기 몸살’이라는 이유로 참석하기 않았다고 밝혔다.사실 노선영 선수가 참석했다 해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백 감독 주장에 반론을 펼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예측된다.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보름은 “제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며 “많이 반성하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선수 모두 3위를 목표로 했고 그러려면 1차적으로 4강에 진출했어야 했다”며 “6바퀴 중에 3바퀴를 앞에서 돌아야 했던 제 욕심에 마지막 바퀴에서 29초를 끊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뒤처진 (선영) 언니를 챙기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팀추월 경기가 맨 뒤 선수 기록이 기준이 된다는 것에 비춰 이런 해명은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백 감독은 “노선영이 뒤처졌다는 사실을 링크 안에서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경기 직후 선수들이 서로 어색해 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도 지도자들이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우리에겐 매스스타트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길 부탁드린다”며 “가장 어린 박지우 선수는 지금 몸을 떨기까지 할 만큼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중계되는 올림픽 경기 현장에서 ‘황당한’ 플레이를 펼친 김보름.박지우 선수가 태도 변화를 보인 배경에 의문이 생긴다.이날 김보름은 기자회견 중 눈물을 보였으나 싸늘해진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백 감독은 “노선영이 감기몸살로 기자회견에 나올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라며 “컨디션을 점검해보고 내일 열리는 여자 팀추월 7~8위 순위 결정전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한편, 백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몇 시간 뒤 노선영 선수는 SBS ‘8뉴스’ 인터뷰를 통해 백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해 기자회견이 국민들을 농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결국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 된 것이다.노선영 선수는 인터뷰에서 팀추월 멤버들의 분위기에 대해 "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고 "같이 얘기를 나눈 적 있었냐"는 질문에 "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노선영 선수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빠졌던 경기 후반부 전략에 대해 "내가 직접 말한 적 없다"고 말해 백 감독의 해명과 배치되는 말을 했다.이어 "경기 전날까지는 2번째 주자로 들어가는 것이었으나 경기 당일 워밍업 시간에 처음 들었다"고 밝혀 백 감독과 김보름 선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팀추월 경기로 한국 빙상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올림 픽이 끝난 후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태의 내면에는 뿌리 깊은 파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빙상계 내부의 반응이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김보름, 이승훈(대한항공) 등 일부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국체대에서 특정인의 비호 아래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언론사에 날아들고, 자기 파벌 선수에게 불리하게 대표선발 규정이 바뀔 것 같으면 이를 문제 삼아 여론전을 펼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선수들이 4년 동안 땀 흘린 결과가 드러나는 올림픽을 일부 관계자들이 세력을 불리는 기회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빙상계에서 파벌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났던 것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이다. 당시 선수들은 남녀 대표팀으로 구분되지 않고 '한국체대와 비(非) 한국체대' 출신으로 나뉘어 훈련을 받았다. 두 파벌의 알력 다툼에 결국 애꿎은 선수들만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파벌 논란은 지금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진선유가 나란히 남녀부 3관왕에 오르며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4년 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국내 선발전에서 훈련장·지도자별로 나뉘어 서로 밀어주는 이른바 '짬짜미'를 했다는 쇼트트랙의 어두운 현실이 세상에 알려져 큰 충격을 던졌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3관왕에 오르고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치면서 쇼트트랙은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안현수의 아버지는 아들의 귀화 배경이 빙상연맹의 전명규 부회장 때문이라고 지목했고, 결국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은 2014년 3월 자진사퇴했다.이후 쇼트트랙의 파벌 문제는 정리되는 듯했지만, 이제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이되면서 여자 팀추월에서 불거졌다.

빙상계의 파벌은 애초 한국체대와 비(非) 한국체대 사이의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같은 파벌이었지만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이합집산 되는 꼴이다. 이렇게 진화한 세력 다툼은 한국 쇼트트랙의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의 반목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빙상연맹은 지난해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차원에서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을 오래 맡았던 전명규 전 부회장을 3년 만에 다시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전 부회장은 평창올림픽에서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 부회장이 복귀하자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체대 출신 선수들이 특혜 속에 훈련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연맹의 행정 실수가 나올 때마다 집행부의 물갈이를 주장하기도 했다. 자기 파벌 위주의 집행부가 구성돼야 '자기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협회 행정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욕심 때문이다
 
이들이 반목하는 사이 애꿎은 선수들만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한국체대에서 특혜 훈련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김보름과 이승훈(대한항공)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의지마저 꺾이는 상황이고, 평창올림픽에서도 파벌 문제가 선수끼리 반목으로 비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캐나다에서 훈련해온 이상화(스포츠토토)에 대한 특혜 훈련 논란은 나오지 않았다. '만만한 선수와 종목'이 파벌싸움의 먹잇감인 셈이다.이처럼 파벌 문제가 올림픽에서 매번 불거지는데도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빙상연맹은 해결 의지가 전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명규 부회장을 다시 영입하면 파벌 문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빙상연맹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부터 제기된 파벌 문제는 4년 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금메달만 따고 나면 잊혀 갔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빙상연맹은 금메달만 따기 위해 오히려 파벌을 방치하고 조장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빙상 종목이 팬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올림픽'이 아닌 '선수들의, 국민의 올림픽'이 되도록 빙상연맹과 빙상인들의 심각한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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