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넷=윤상혁기자]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 심사를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주택 거래 매매량 증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불씨를 살리면서도 급증한 가계대출이 향후 대형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8일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차주(借主)의 상환능력을 더 꼼꼼하게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이거나 비정기적인 소득을 DTI(총부채상환비율) 산정 과정에서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고, DTI 적용 예외인 1억원 이하 대출 때도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줄곧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전체 가계부채의 70%가 소득 상위 40%에 집중돼 있고 금융자산 규모가 금융부채의 두 배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51%로 지난해 3월 말보다 0.15%포인트 하락하는 등 건전성에서도 별다른 위험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준비 중이지만 확실한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끝날 예정이던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 완화책을 1년 더 연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DTI 산정 때 사용되는 소득인정기준을 더 꼼꼼하게 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정 소득이 줄어들면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60%로 제한하는 DTI 규제에 따라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금융당국은 연소득에서 일시적이거나 비정기적인 소득은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리금 상환액에 공과금이나 연금 등 고정지출을 포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차주의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면 역시 DTI 규제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자의 체납 상태나 직업의 안정성, 차주의 신용도까지 DTI 산정 과정에서 고려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차입자들이 대출금을 만기에 한 번에 갚는 방식보다 꾸준히 나눠 갚는 방식으로 대출 구조를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하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강구하고 있다. 대출을 받자마자 원리금을 나눠 갚기 시작하도록 해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분할상환방식과 일시상환방식에 대한 금융회사의 주택기금 출연요율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농협단위조합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2012년 6.0%, 2013년 7.3%, 2014년 9.8%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서다.금융당국은 토지나 상가 담보대출에 대한 LTV 적용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에 적용하는 DTI는 60%로 연소득이 1억원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6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대출 규모를 제한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다음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