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상철 전남 여수경찰서 총경] 올해 2월, 컬링이라는 스포츠 종목이 단연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컬링경기장은 빙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고자 얼음 온도를 영하 4도로 맞춘다지만,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선전한 탓에 경기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컬링은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하여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에도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개별적으로 뽑아 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성적을 거둔 한 팀을 국가대표로 선발한다고 한다.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선수들 사이에 두뇌싸움도 치열하며, 스톤을 한 가운데로 보내는 것이 항상 이기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컬링의 매력이다.
그런데 문득, 컬링 경기를 보다가 ‘어쩌면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방법이 저 속에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컬링은 궁극적으로 스톤을 상대 팀의 스톤보다 버튼(가장 안쪽에 위치한 원)과 가까운 곳으로 보내서 득점하는 스포츠이다. 사격이나 양궁같이 과녁에 정확히 명중시켜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톤이 무조건 가운데에 있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자리에 스톤이 위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무조건 가운데로 가라고 지도하는 것 보다, 한 개인으로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컬링은 하나의 스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모든 선수들이 총력을 기울인다. 4명의 선수가 큰 전략을 짜고, 상황에 따라 전술을 변경해야 하며, 신중하게 스톤을 던지고, 스톤의 세기에 따라 적절하게 스위핑(스톤의 속도와 진로를 조절하기 위해 빙판을 닦는 동작)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아동학대 피해아동을 지원하는 것은 이처럼 가정, 학교, 지역사회, 더불어 국가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세밀하게 정성을 들여 아동이 성장하는 길을 열심히 ‘스위핑’하여 피해아동이 트라우마를 벗어나 더 큰 발전을 성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적응유연성은 매우 부정적이거나 외상적인 경험에 직면하여 얻어 낸 비교적 긍정적인 결과를 뜻한다(luthar, 2006). 즉, 아동학대 경험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겪고도 이를 저항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이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적응유연성은 여러 가지 측면으로부터 유래하지만, 가족외부로부터의 지원도 적응유연성이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스톤을 적절한 위치로 보내기 위해 4명의 선수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처럼, 우리 경찰과 시민단체 기타 유관기관들이 적시적소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면 아동학대 피해아동은 아동학대라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적응유연성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지원과정의 연속이 평범한 마술처럼 훌륭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경찰은 아동학대 피해아동들에게 마술 같은 일들만 펼쳐지길 바라며, 아동학대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긴급조치를 통해 학대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고, 긴급치료가 필요할 시 의료기관으로 인도한다.
또한 필요시 피해아동을 보호 시설에 인도하여 보호하고, 해바라기 센터를 통해 의료‧법률 지원 및 상담을 통한 심리 치유까지 지원한다. 이외에도 유관기관에 연계하여 생계‧주거‧사회복지시설 이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동학대 예방 및 아동학대 피해아동이 고통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관계기관들과 함께 총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