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방송내용정리 이규진] 지난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맞춰 2박3일간 방남하고 27일 북으로 돌아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공세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으로 돌아간 이후 하루가 지난 상황에서 2박3일동안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던 것이 큰 이득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이 알려진 22일, 자유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수용불가'를 외치더니 이후 총력전에 나섰다.
23일에는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25일, 방남 당일에는 파주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어 26일에 서울 청계광장에서 당 차원의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공세를 펼쳤으나 국민 여론이 자유한국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말 오래간만에 ‘건수’를 잡았다는 듯 당력을 끌어 모으는 모습에서 적잖은 국민들은 올림픽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처럼 이른바 ‘색깔론’에 전념하는 한국당에 여론이 동조하지 않자 한국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당원은 “전쟁을 반대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어떻든 간에 전쟁을 막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북미 정책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데, 우리 당은 아직도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조했다.
물론, 천안함 사건의 책임자로 알려진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모처럼 맞은 북한과의 대화 상황에서 김 부위원장과의 만남을 아예 봉쇄한다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보여진다. 여러 정권동안 북한발 안보 이슈로 보수진영의 단합을 꾀했던 자유한국당이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을 기회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 6월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정략적인 것이 숨어 있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이 다 아는 모습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폭탄을 맞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치부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이른바 보수가 풍비박살 난 것을 복구(?)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의 잘못을 찾아내기에만 급급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김 부위원장 방남을 반대하면 통일대교에 드러눕고, 광장에서 규탄대회를 했지만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10%대의 지지율은 별반 오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에 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문 대통령은 60% 중반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 역시 50%에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6.13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한국당으로써는 사생결단식 공세에 나설 수 밖에 없으나 과거와 같이 국민들이 무조건적으로 ‘색깔론’에 동조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실정을 끊임없이 부각시켜 판을 거세게 흔들어야 한다. 이는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면을 타개할 방법이 그것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지뢰 도발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김영철의 방남은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보여진다. 한국당은 김무성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김영철 방한저지 투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김영남 방남 이슈를 정치쟁점화시키기 위해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정치공세가 원하는 만큼의 정치적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게 박수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당의 이율배반적 모습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있던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10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군사회담에 북측 대표로 김영철 부위원장이 참석했는데 당시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남북대화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 남북대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상황이었지만 새누리당은 여기에 대해 일절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그런가 하면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 위원장인 김무성 의원도 2014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고 김양건 통일선전부장, 황병서 북한국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과 만나 환담한 뒤 북한 군 최고 실세인 황 국장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기도 했다. 황 국장은 이번에 방남한 김 부위원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군부 내 서열과 위상이 높은 거물 중의 거물이다. 북한군 지휘체계의 특성에 비춰 볼 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대남 도발에 황 국장이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북한군 서열 1위였던 황 국장이 연평도 포격을 주도했다고 의심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 악수하면 대통령으로 인정 못한다"며 으름장을 놓던 김 의원이 이미 2014년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인물과 버젓이 악수를 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비판이 나오자 한국당은 "2014년 판문점에서 이뤄진 회담은 적군과 적군이 만나는 양국 고위급 군사회담"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판문점에서 이뤄진 당시 군사 회담과 김 부위원장이 방남은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해명이다. 그러자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돼?’란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이 여론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그 때는 군사회담이었고, 지금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평화올림픽이라는 ‘황당한 논리’만으로 일관하고 있다.자신들의 이중적 잣대가 드러나자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한국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2014년 당시 군사회담 자체를 열지 말거나 적어도 김 부위원장의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고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자신들이 집권할 당시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주범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났으면서도 지금은 그와는 전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을 뿐더러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대단히 높아진 상황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입장이 뒤바꾸는 한국당의 주장을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당은 남북군사회담과 남북교류협력의 상대였던 인물을 돌연 "살인마", "사살할 대상"이라고 목청을 높였고, 문 대통령을 반역행위자로 규정했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당의 이 논리대로라면, 사살할 대상과 대화를 이어간 한국당부터가 묵과할 수 없는 반역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한 가지. 한국당의 의원들과 일부 보수 인사들은 우리 언론들이 북측 인사들이 내려오는 것을 ‘방남’이 아닌 ‘방한’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그들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이다.‘방한’은 북한을 외국으로 봐야 가능한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독도를 포함한 북한까지도 영토로 기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따지자면 ‘방남’이 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