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백번 발음 연습”
스타벅스에 장애인 부점장 1호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2급 중증 청각장애인 권순미씨(36)로, 스타벅스가 2007년 국내에서 장애인 채용을 시작한지 9년만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된 권순미(여·36)씨는 “일반인에게는 사소한 일 하나도 장애를 갖고 있는 제겐 연습을 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권씨가 올해 10월부터 진행된 필기시험과 직무진단, 임원면접 등을 거쳐 10대1 경쟁률을 뚫고 부점장으로 승진했다”며 “6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남문점에서 근무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권씨는 스타벅스가 장애인 바리스타를 본격 채용하기 시작한 2011년 장애인 채용 1기다. 보청기를 껴야 조그맣게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는 입 모양을 보는 구화(口話)로 말뜻을 이해할 수 있다. 권씨가 입사 이후 ‘안녕하세요’라는 기본적인 표현부터 시작해 매일 발성과 발음 연습을 했다.
“고객 주문 응대가 가장 어려웠어요. 고객 입 모양과 주문·결제 화면을 번갈아 보다보면 추가 주문을 놓칠 때가 있어요. 특히 입 모양을 보고 쇼트(Short)와 톨(Tall) 사이즈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해법은 간단했다. 그는 고객에게 컵을 보여주면서 크기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동료들에게도 그가 먼저 다가갔다. 권씨는 장애 사실을 귀띔해주고 “내가 못 알아들으면 마주 보면서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그는 “비장애인에게는 사소한 일 하나가 장애를 가진 저에게는 연습하고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도전과 의지,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동료 장애인들과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올해 2월에는 스타벅스의 커피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인 커피마스터 자격도 취득했다. 커피마스터는 최소 6개월 이상 커피 원산지 지식, 원두 감별 테이스팅, 커피 추출기구 실습, 로스팅 교육 등의 종합적인 과정과 평가를 거쳤다. 커피마스터가 되면 매장에서 검은색 앞치마를 입고 근무한다.
이어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필기시험, 인적성 검사, 직무진단, 인성면접, 임원면접 등의 단계를 거쳐 부점장 직급으로 최종 합격했으며, 12월 1일부터 3일간 진행된 부점장 입문교육을 수료하고 승격 임명식을 마쳤다. 기존 수퍼바이저 직급으로 근무한 가락시장역점에서 매장을 옮겨 올림픽공원남문점으로 새로 발령받아 출근하게 된다.
그는 이제 부점장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점장, 나아가 10여 개 직영점을 통합 관리하는 지역매니저(DM)에도 도전할 거란다. 권씨는 "다른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스타벅스는 지난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해 2012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증진 협약을 체결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바리스타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청각·지적·정신 등 총 142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중증은 113명, 경증은 29명으로 차별 없는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