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조경환_공간 콘텐츠 프로듀서] 지역축제가 지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면 이는 지역정서와는 무관하기 때문일 수 있다. 지역민들과 축제의 주제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을 경우 축제 주최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매년 2,000개 넘는 지역축제가 열린다. 특히 봄과 가을 많은 지역축제들이 집중되고 있다. 그 가운데 1986년 이루 개최된 것이 1천개 이상을 차지한다. 지역축제가 지방자치화 이후 급속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역축제의 범람 속에서 그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한 것도 최근들어 자주 들을 수 있다.
소득 증가와 함께 레저의 확산으로 지속적으로 축제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의지에 의해 열리는 축제는 콘텐츠의 다양한 도전들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또한 문화 민주주의, 즉 지역민들의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축제 속 소통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지역민들이 공감하고 기꺼이 지원하고 기쁨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야말로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줄 수 있다. 놀라움을 주는 축제는 일회성이 아닌 영원성으로 지역의 보배로 자리한다.
보통 축제를 통해 희열을 느끼는 것은 축제를 통해 진부한 일상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축제가 일종의 사회적 놀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는 점이고, ‘놀이’의 최고의 형식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변화된 놀이인 영화, 뮤지컬, 테마파크 등에서도 재미의 요소는 그 핵심이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j. 호이징거는 그것을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놀이란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활동 까지를 두루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민들은 축제를 통하여 사회적인 규범 속에 갇혀 있던 놀이 본능을 표출하게 된다. 이러한 욕구는 지역민들이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그 일체감을 맛보며 그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다.
따라서 지역축제는 지역민들의 공동체 결속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의 축제 속 시민과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인 퍼레이드는 지역의 정체성과 함께 축제 참여자로서의 자부심을 같이 나눌 수 있다. 바로 이상적인 축제의 형태이지만 과거에서 부터 참여하는 축제에 대한 경험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는 퍼레이드는 그 공감대에 있어서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지역축제에 있어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 축제의 '놀이성'을 나누고자 하는 퍼레이드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지역민들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기 위함일 것이다. 또한 축제의 대표성을 퍼레이드로 보고 지역의 문화관광 상품화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시민참여형 축제에 대한 그 필요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역축제 속에 퍼레이드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컬러풀축제 퍼레이드는 대구가 다채롭고 젊고 활기찬 도시임을 표방하고 참여하는 시민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천안 흥타령 춤 축제 퍼레이드는 천안 삼거리의 흥을 바탕으로 춤을 테마로 한 퍼레이드다.
안성 바우덕이 축제 퍼레이드는 남사당 전통문화의 바우덕이 예술정신을 계승 및 발전을 문화원형으로 한 주제로 삼고 있다. 안성하면 떠오르는 ‘안성맞춤’ 그리고 ‘남사당’이다. 처음 안성바우덕이축제가 안성의 지역 정체성으로 남사당을 떠오르게 하면서 지역축제로서 그 당위성이 문화 콘텐츠의 원형과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축제 시민 퍼레이드가 기획되었을 때 당시 퍼레이드 총감독인 홍성일 감독은 ‘ 안성장터의 흥겨움을 담으면서 지역민들이 퍼레이드를 통해 안성바우덕이축제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이 시민 퍼레이드였다.
안성 바우덕이축제 퍼레이드의 시작은 남사당패가 마을에 들어와 놀이를 벌여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면서 진행된다. 퍼레이드의 시작은 장터와 같은 '잔치' 분위기 속에 흥을 돋우면서 분위기를 띄운다. 퍼레이드 시작 전에 막걸리를 비롯해 국수, 파전 등 단체에서 만든 음식을 참여자들과 같이 나누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렇게 오브제(obzet)를 통해 퍼레이드를 서양의 '사육제'와 같은 분위기로 유도하고 있다.
보령머드축제 기간 중 보령문화의전당에서 보령 원형로터리까지 이어지는 2.2km 구간에서 펼쳐진 거리 시민 퍼레이드, 이번 시민 퍼레이드는 읍.면.동 가장행렬 중심으로 시민이 참여하고 스토리가 있는 퍼레이드를 구성하고자 했던 것이 주최 측의 의도였다. 보령시의 특색이 있는 주제 및 퍼포먼스를 선정하여 연출된 행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공동체놀이 및 플래시 몹과 같은 퍼포먼스로 시민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 구간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중간에는 참여형 이벤트로 진행하는 보령머드축제에 대한 홍보도 겸하고 있다.
퍼레이드는 '카니발'(carnival, 사육제_謝肉祭)로서 축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은 '사육제'로서 축제의 원형을 잘 살리고 있는 대표적인 축제이다.
'노팅힐'은 영화 '노팅힐'로도 유명한 런던에서 상류층들이 살고 있는 고급주택가이다. 이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이 휴가를 떠난 그 막바지인 8월말에 노팅힐 카비발이 펼쳐진다. '노팅힐' 주변에 사는 자메이카 이주민들을 위해 이곳에 살고 있는 상류층들이 그들의 카니발을 위해 자택을 비워주는 것이다.
런던의 '노팅힐 카니벌'는 브라질 리우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축제로 알려져 있다. 이 노팅힐 카니발 기간 중에는 지하철역도 이곳에 정착하지 않고 지나갈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이곳 노팅힐 몰려들고 있어 말 그대로 인파의 장관을 이룬다. 저녁에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파티 또한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어쩌면 단순한 반복적인 퍼레이드가 중심인 카니발이지만 영국 외국인 이주민들의 다문화의 모든 에너지가 이곳으로 모인다. 노팅힐 카니발은 가장행렬, 야외 콘서트, 가장무도회, 거리파티 등 비롯해 6개 장르로 이루어져 있다. 런던의 캐러비안 주민 공동체의 주관으로 카비발이 시작 한 달전부터 춤, 음악, 의상쇼 등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면서 노팅힐 카니발 전야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1965년 카리브해 출신 흑인 이주민들이 노래와 춤을 추며 가두행진 펼친 것이 큰 호응을 얻어 이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공인되었다. 이제 이 노팅힐 카니발은 다문화축제라는 그 대표성으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도 찾고 있다.
공동체 축제 퍼레이드 중에서 인형제작자이자 연출가인 샌드라 스필러가 이끄는 극단 HOBT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HOBT 극장’과 극단은 미국 미니애폴리스 (Minneapolis)에서 지역축제를 활발하게 만드는 곳이다. 지난 1973년에 지역의 몇몇 연극인들이 세운 극단으로 시작하여 현재 미국 내 존재하는 단 90개의 비영리 극단 중 가장 성공한 단체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2009년에는 국가예술기금으로부터 부흥상(Recovery Act Grant)을 수상하였다. 물, 흙, 종이 등 자연재료와 재활용품 등으로 대형 인형과 가면을 제작하여 가면극, 인형극 등과 제작 워크숍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이 재료들은 대부분 지역민들이 극장에 상시 기부한 것들이다. 또한 매년 5월 1일, 수천 명의 지역민이 극단 배우들의 지휘 아래 몇 달 간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대형인형 퍼레이드인 메이데이 거리축제를 통해서 지역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HOBT 극단은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지의 프론티어(frontier) 정신과 같은 시대에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상인 실용주의(pragmatism)에 주제에 입각한 퍼레이드이다. 극단 단원과 지역민들이 직접 워크숍을 통해 제작한 대형인형을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스스로 그 몰입하면서 함께 축제 퍼레이드를 즐기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극단과 지역민들이 주도하는 퍼레이드의 활기찬 개방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바로 이러한 지역극단이 메이데이라고 하는 지역 확장성을 통해 지역민들과 공동체로서 지역밀착이 된 퍼레이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대형 인형 퍼레이드는 타 축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에서도 HOBT극단은 수원연극제, 과천축제 등에서 시민들과의 협동작업을 통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동양에서의 '카니발'로는 일본의 ‘마쓰리’(祭り)가 있다. 마쓰리는 본래 종교적 행위였지만 이제는 지역의 연례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하거나 축하나 선전 등을 위해 개최하는 집단적인 행사를 가리키는 경우를 말한다.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양식으로 되풀이되는 행사, 연중행사 또는 세시풍속으로 촌락이나 마을, 혹은 사회집단을 단위로 행해지는 관습이다.
매년 똑같은 음악과 무용을 같이 추면서 공동체 의식을 서로 나누는 일본의 '마쓰리' 이지만. 그들은 이것을 공동체 놀이 문화에서 발전시켜 나가면서 ‘세계화’시켜 이제는 고유의 축제 원형으로 정착시켰다.
일본 공동체 마쓰리 중에 지역밀착형 마쓰리인 '사누키 다카마쓰 마쓰리'는 2018년에 54주년을 맞이한다. 시코쿠 (四國)지역의 4대 마쓰리 중 하나이다. 다카마츠시는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香川縣)의 현청 소재지이다. 인구 42만 명의 일본의 중소도시인 다카마쓰시는 조선통신사가 쉬어가던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서도 교통의 요지이다. 그만큼 과거부터 외부와의 왕래가 많았던 개방성이 풍부한 도시이다. 유명한 ‘사누키’ 우동집이 역 근처를 중심으로 100개가 넘는 우동의 천국이기도 하다.
매년 똑같은 음악과 무용을 같이 추면서 늦은 밤까지 마쓰리가 이어지고 끝나면 참여한 공동체들과 그 결속을 도모하는 공동체 의식를 서로 나누는 마쓰리이다. 이러한 매년 행사인 마쓰리에 '몰입'하는 이유는 이 공동체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특유의 관습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사육제'인 마쓰리는 전통적인 집단주의하고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을공동체의 오랜 관행인 ‘무라하치부(村八分)’는 집단과 소원했을 경우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칭한다. 그러니까 지역의 집단의식인 마쓰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을 ‘일본적 집단의식’이라고 한다. 개인이 집단과의 일체감을 높이고 집단에 대한 강한 귀속의식을 가지고 강한 응집력과 조직력을 발휘함을 말한다. ‘모가 나면 두들겨 맞는다’ 것은 일본의 속담이다. 그것을 일본인들은 ‘화’(和)라고 칭하며, 집단적인 융합(융화)을 뜻한다.
사누키 다카마쓰 마쓰리는 오전부터 준비해서 오후 7시 시작하여 오후 10시에 정확히 마쳤다. 유아원을 비롯한 각 학교, 직능단체, 일반회사, 각 동네 주민, 시의회 등 약 2천 여명이 참여한다. 그들의 마쓰리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퍼레이드에서 그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각자의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마쓰리 피날레에 접어들면서 음악에 맟추어 추는 춤의 그 절정감에서는 모든 관객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잊지못할 광경이었다. 이렇게 다카마츠시의 지역 공동체들은 마쓰리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것 같다. 이것은 축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기도 하다. 그것이 동서양을 비롯해서 공동체 '축제' 바로 '사육제'를 하는 취지이다.
이제 아오모리(青森)의 대표 마쓰리로 주목받고 있는 아오모리 네부타(青森ねぶた)는 아오모리역 상가 도로를 중심으로 8월초에 열린다. 대나무나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색색의 한지를 붙여 아주 큰 네부타라는 무사인형 등불을 만들어서 시내를 행진한다.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피리 소리와 북소리에 맞춰 '랏세라'라는 흥을 돋우는 구호를 외친다. 이 구호는 보는 이들에게는 묘한 흥분을 느껴지게 된다. 이게 '마쓰리'구나 하는 공감도 같이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등불이라는 오브제, '빛'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인 만큼 그 화려함을 늘 화제다. 네부타의 어원은 '졸리다'라는 뜻으로 가을 수확 전에 일의 방해가 되는 졸음을 쫓고자 시작된 마쓰리이다.
그들만의 지역성과 현지화의 통해 그 지역의 축제 원형과 스토리텔링을 갖춘 놀이문화로 정착시킨 사례이다. 지역민들이 공감대가 이루진 지역축제, ‘마쓰리’로 정착시킨 것이다. 그만큼 축제 속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그 근본성에 있어 원형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것을 구현할 수 있는 축제의 원형은 지역민들이 함께 공감하면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퍼레이드’가 가장 근접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축제의 흥을 돋우는 시민참여형 축제로서 ‘퍼레이드’를 실현코자 하는 곳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퍼레이드는 난이도가 높은 장르이다. 준비과정에서 참여자들과 치밀한 부분까지 만들어내지 않으면 그 완성도가 떨어진다. '퍼레이드'는 '행진'과는 전혀 다르다. '행진'은 목표하는 곳으로 걸어가는 행위지만, '퍼레이드'는 참여자들의 움직임에 고유한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자들의 '흥'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고려할 점이 많이 있다. 퍼레이드 구간이 짧거나 너무 길어도 참여자나 관람객들이나 '감정이입'이 쉽지가 않다. '장소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 퍼레이드이다. 그리고 퍼레이드의 '주제'와 '소재'도 중요하다.
또한 퍼레이드의 그 지정학적인 문화원형과 스토리텔링의 연관성이 없으면, 관람객이나 참여하는 개인이나 단체도 그 감흥이 감소된다. 그리고 구성이 잘된 퍼레이드는 많은 숙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래된 역사를 가진 퍼레이드는 그 완성도, 주목성이 뛰어나서 많은 관광객들이 같이 동참을 하게 된다.
이렇게 주제와 소재들의 완성도와 주목성이 뛰어날 때 축제의 '꽃' 퍼레이드는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축제 문화관광 콘텐츠와 지역문화의 코드로서 '퍼레이드'는 주목을 받으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