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단층촬영(CT)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개인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만으로 상당량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무영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 등 연구팀은 전국 건강검진기관 296곳의 검진 항목별 노출량을 조사한 결과 각 기관의 '기본 검진항목'만으로 평균 2.49mSv(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이 노출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연간 인공방사선 노출량 1밀리시버트를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서 일반인에게 허용하는 연간 인공방사선 노출량(1mSv)을 넘는 수치다.
홈페이지에서 각 기관의 검진 프로그램을 찾아 흉부 엑스레이 0.02mSv, 유방촬영술 0.27 mSv, 흉부 CT, 8 mSv, 전신 PET, 7.03 mSv 등 검진항목별 방사선 노출량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컴퓨터 단층촬영인 CT와 같은 선택 항목까지 추가로 더하면, 방사선 노출량은 기준치의 14배인 평균 14밀리시버트까지 달했다. 노출량이 최대 30mSv 이상인 검진 기관은 31곳(10.5%)으로 집계됐고, 모든 검진항목을 더했을 때 방사선 노출량이 가장 많은 검진기관의 최대 노출량은 무려 40.1mSv에 이르렀다.
일반인은 자연에서 연간 2.4mSv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데 우리 국민의 연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3.6mSv 이다. 건강검진 한 번으로 최대 11년치 방사선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100mSv미만 저 선량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연구팀은 "방사선작업 종사자의 방사선 피폭 한계선이 연간 50mSv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종합검진의 방사선 노출량이 결코 안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사선 노출량이 가장 많은 검사는 CT로 전체 노출량에서 CT가 차지하는 방사선량이 72%로 가장 높았고 조영술(16%), PET(9%), 엑스레이(3%) 등의 순이었다.
검진 기관이 소속된 병원의 종류에 따라 최대 방사선 노출량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대학병원 소속 검진센터의 방사선 노출량 평균이 21.63mSv로 가장 높았고, 검진 전문기관(19.75mSv), 종합병원(100병상 이상) 소속기관(16.61mSv), 병원(30∼99병상) 소속기관(7.84mSv) 등이 뒤따랐다.대학병원과 검진 전문기관이 다른 기관보다 CT나 PET를 항목에 포함하고 있어 전체 방사선 노출량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일부 폐암 위험군 외에는 CT 검사의 효과는 근거가 부족하고, 전신 PET검사 역시 효용성이 알려진 바 없다"며 "과도한 선별검사는 방사선 노출 문제 외에도 비용, 위양성으로 인한 추가 검사 및 심리적 부담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한 해 방사선 피폭량으로 1mSv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연구팀은 "100 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확실히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지만, 100mSv미만 저선량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면서도 "건강검진에서 지나친 방사선에 자주 노출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