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한 시민사회단체가 4일 오전 부산 동구청을 방문해 지난 1일 경찰 충돌 및 철거 시도에 대한 사과와 보존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는 이날 동구청에 지난 1일 노동자상 설치 과정에서 생긴 경찰 충돌사태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또 이들은 동구청 관계자가 지게차를 불러 노동자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구청장에 노동자상 보존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날 구청장실에 박삼석 동구청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행사일정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박철오 부구청장과 최정석 동구 안전도시과장이 대화에 나섰다.
건립특위 측의 동구청이 경찰력 동원 요청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철오 부구청장은 정부 차원의 지시라고 대답했다.
박 부구청장은 “경찰 병력 출동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정부에서 지시가 내려와 어쩔 수 없었다”며 “정부 방침을 역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미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박 구청장이 설치를 막을 생각 없다 해놓고 우리를 기만했다. 심지어 그날 현장지휘도 하셨다. 한 입으로 두말 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해야한다”고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부산 동구청이 지난 1일 지게차를 준비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항의방문에 참여한 박원대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장은 “철거 움직임을 확인한 게 있다”며 “지게차 연락하지 않았냐. 노동자상 철거해달라 연락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최정석 안전도시과장은 “그날 민주노총과 경찰이 협의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상을 옮길 대비를 위해 알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 지부장은 “우리 건설조합원은 결코 노동자상 철거에 단 한 명도 동원되지 않을 것”이라며 구청의 철거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또 이태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도 “노동자상을 철거하려는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항의방문한 건립특위 관계자들은 동구청에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지만 구청 관계자의 사과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동구청은 한편으로 건립특위에 외교부와의 소통을 제안했다. 박철오 부구청장은 “정부 측 관계자들이 구청에 와 있다”며 상호간 대화에 나서자고 만남을 주선했다.
건립특위는 먼저 구청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경찰병력을 보낸 사실·지게차 보낸 사실 확인, 철거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을 약속하라고 구청에 요구했다.
다만 외교부 등 관계기관의 입장을 확인해보겠다는 입장도 보여 향후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갈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각 부산 일본총영사관 옆 민주시민교육원에서는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재규 전 이사장 등 부산지역 민주통일원로 2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노동자상 건립으로 일본 정부의 반성과 책임을 촉구하려는 노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당한 민족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언급하며 “극단적 대결이 아닌 적극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필요하다면 중재 입장에 나설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